'공포의 내시경' 전, VR로 바다 탐험했더니… 불안감 10% 사라져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회수소경제포럼이 주최하고 머니투데이와 코엑스(COEX)가 공동 주관하는 '그린비즈니스위크 2022(GBW 2022)'를 찾은 관람객들이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UAM VR 체험하고 있다. 2022.10.12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내시경 시술 전 환자에게 차분한 분위기의 가상현실(VR) 화면을 보여주면 불안감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간 공황장애, 알코올 중독 등에 대한 '디지털 치료제' 역할은 해 온 VR 기술의 활용 영역이 여타 의료분야로 확대된 것이다.

최근 위·대장 내시경 같은 건강검진 수검이 증가하면서 위장 질환 치료를 위한 내시경 점막 절제술, 내시경 점막 박리술과 같은 내시경 시술도 증가세다. 외과적 절제를 하는 수술은 아니지만 검사 전 불안과 두려움을 호소하는 수검자도 적지 않다. 이 경우 내시경 시 투여되는 진정 약물의 용량을 늘리는데 이는 저혈압, 호흡억제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선행연구에서 'VR 기술의 정신건강 치료 효과'를 확인한 바 있는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병원장 송영구) 소화기내과 박효진·김윤아 교수팀은 내시경 시술에 앞서 VR을 통한 불안감 해소 연구를 진행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효진·김윤아 소화기내과 교수. /사진=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은 2020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에서 내시경 시술을 받은 환자 40명을 각각 20명씩 내시경 시술 직전 VR에 노출된 그룹과 비노출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VR 노출 그룹에는 정원, 바닷가, 자연의 소리와 함께 수중 장면을 특징으로 하는 3~5분 정도의 클립을 시술 직전 시청하도록 했다. 이후 환자의 나이, 성별, 과거력, 시술 종류, 시술 시간, 투약된 진정 약물 용량을 조사했으며 설문지를 통해 시술 전후의 불안도, 통증 정도, 시술 만족도, 진정 만족도를 조사했다.

그리고선 'STAI'(State-Trait Anxiety Inventory)라는 상태불안척도를 비교했다. STAI는 불안의 정도를 측정하는 자기 보고형 단일 척도로, '상태 불안'(유발 상황에서 느끼고 있는 상태)과 '특성 불안'(개인의 고유 불안 성향)을 측정한다. 각각 20개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채점 결과는 20점에서 최고 80점까지 얻을 수 있다. 그중 45~80점 구간은 '높은 불안 상태'로 분류된다.

VR에 노출한 그룹과 노출하지 않은 그룹의 평소 내시경 시술 직전 상태 불안 점수(STAI) 비교 그래프. /사진=강남세브란스병원

연구 결과, STAI가 45점 이상의 높은 불안 상태인 환자의 비율이 비노출 그룹에서는 시술 하루 35%에서 시술 직전 50%로 증가했지만, VR 노출 그룹에서는 되레 10% 감소했다. 통증 점수와 시술에 대한 만족도는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으나, 진정제에 대한 만족도는 비노출 그룹(4.45±0.605)에 비해 VR 노출 그룹(4.85±0.366)에서 유의하게 높았다.

박효진 교수는 "내시경 시술 전에 불안이 증가하면 생리적 스트레스가 증가해 환자 만족도는 물론 회복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VR과 같은 비약물적 도구를 사용하면 부작용은 줄이고 환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VR의 진정 효과를 확인한 선행 연구 단계로, 이에 대한 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태"라며 "향후에는 시술에 대한 환자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VR 시술 시뮬레이션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논문은 '내시경 수술 전 VR을 이용한 불안감 완화'라는 제목으로 연세의대 종합 학술지인 'YMJ'(Yonsei Medi Journal)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