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출석 이재명 "회술레 같은 수치"…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공세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연루 혐의 관련 2차 출석을 하며 발언하며 눈을 감고 있다. 2023.02.1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후 1년 4개월 만인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데 이어 13일 만의 2차 출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예정보다 20분가량 늦은 오전 11시22분 쯤 차를 타고 서울중앙지검 동문 앞 쪽으로 들어왔다. 당초 이 대표는 지지 집회를 열고 있는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동문 앞에 하차할 예정이었지만 차 안에서 지지자들에게 손만 흔든 뒤 바로 청사 앞에 도착했다.


이 대표가 청사 앞에 걸어 들어오자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힘내라 이재명"을 외치기도 했다. 검은 색 코트를 입은 이 대표는 품 속에서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 들었다. 이 대표가 입장문을 읽기 시작하자 또 다른 남성이 "이재명 구속", "이재명 사형"이라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그 남성을 쳐다보다가 "다시 하겠다"며 입장문을 재차 읽어 내려갔다.

이 대표의 입장문은 A4용지 2매 정도였다. 자신을 향한 검찰의 부당한 수사를 지적하는 내용은 1차 출석 조사 당시 입장과 비슷했다. 다만 이번에는 민생 위기까지 언급하며 "벼랑 끝에 내몰린 국민을 구하는 데 권력을 쓰라"고 윤석열 정부를 비난했다.

또 "사실 많이 억울하고 힘들고 괴롭다"며 "포토라인 플래시가 작렬하는 공개소환은 회술레(과거 죄인의 얼굴에 회칠을 한 후 사람들 앞에 내돌리던 일)같은 수치"라고 심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미리 준비한 답변 외에는 사실상 진술을 거부하는 태도는 이번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진술서로 충분히 사실을 밝혔다"며 "검찰이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조작하는 정권의 하수인이 돼서 없는 사건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 하늘이 알고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제가 하는 모든 진술은 검찰의 조작과 창작의 재료가 될 것"이라며 "창작 소재를 만들기 위해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진술서의 진술로 대신하겠다"고 했다.
동행 대신 지원사격…민주당 "검찰의 억지횡포, 반드시 대가 치를 것"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연루 혐의 관련 2차 소환조사일인 1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응원 하는 집회 참석 시민이 검찰 규탄 피켓을 들고 있다. 2023.02.10.

이 대표 출석에 맞춰 서울지검 동문 앞에는 민주시민촛불연대 등 약 500여 명의 지지자들이 함께 했다. 집회 주최 측은 오전 8시쯤부터 대형 화면에 이 대표 얼굴을 띄워놓고 마이크에 "정치탄압 중단하라", "이재명을 지켜내자", "김건희를 특검하라"고 했다. 파란 색 풍선을 든 지지자들도 함께 구호를 외쳤다.

반대 측도 지지 단체 옆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지지자 측 사회자가 "악질 검사 앞에서도 이 대표가 한 치도 물러섬 없이 당당하게 임할 것"이라고 하자, 애국순찰팀 등 반대 측에서는 마이크에 대고 "웃기고 있네"라며 맞받았다. 보수 성향 단체인 신자유연대 등 100여 명은 서문 앞에서도 규탄 시위를 이어갔다. 이 대표가 서울지검에 도착하자 양측 목소리도 한층 커지며 신경전도 고조됐다.

이날 이 대표는 변호인 1명과 함께 출석했다. 천준호 비서실장 등 당 지도부 인사들은 지난달 28일 출석 당시에는 현장에 함께 했지만 이날은 국회 본청 앞에서 배웅하는 것으로 그쳤다. 이 대표가 출석에 앞서 "혼자 가겠다"고 신신당부를 하면서다. 서울중앙지검 앞에서도 당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는 검사장 출신 양부남 의원을 제외한 당 내 인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당 지도부는 대신 국회에서 이 대표 지원사격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가장 거리낌없이 선택적 수사하는 건 이 대표"라며 "공권력을 악용해 없던 일도 어떤 식으로든 죄로 만드려는 검찰의 억지 횡포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정식 사무총장과 천준호 비서실장 등은 국회 본청 앞에서 이 대표를 배웅했다.
민주당 "즉시 김건희 여사 특검 수용해야" vs 대통령실 "법치주의 망각"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 및 10.29 참사 책임자 파면'을 촉구하는 밤샘 농성토론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2.02.

민주당은 이날 이 대표 검찰 출석 외에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1심 판결에 주목했다. 당 내 강경파들은 이날 재판부의 1심 판결을 시작으로 특검법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와 전 정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에 맞서 정부·검찰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민주당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진상조사 TF(태스크포스)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장 특검을 도입해서 김건희 여사가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명명백백하게 국민들에게 밝히는 것이 우리 국회의 책무이자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은 지난해 9월 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후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은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로 바로 넘기기 위해 패스트트랙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 일각에서는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한 특검도 주장하고 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에 출연해 " 윤 대통령, 현 검찰총장, 법무비서관 등이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에) 다 관련 돼 있다"며 "부산저축은행이 (대장동 사건의) 시발점인데 그것을 덮어줬다는 의혹에 많은 이들이 개연성을 느끼고 있다. 그것도 특검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에서 김 여사 연루 의혹이 언급되지 않자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주가조작 의혹을 계속 제기하며 특검법 도입 등을 주장하는 야당을 향해서는 "법치주의의 기본을 망각하는 행위"라며 향후 각종 가짜뉴스에 대해서 강력 대응할 것임을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