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풍선?" 어리둥절하던 中, 공격으로 태세 전환…그 이면엔?

[킹스타운=AP/뉴시스] 4일(현지시간) 미국 영공을 날던 중국 정찰 풍선이 미국 공군 전투기에 의해 격추됐다. 2023.02.05.

이달 1일 미국 몬태나주 상공에 중국 풍선이 나타나자 미국은 중국에 이 사실을 알렸다. 소식을 접한 중국 관리들은 처음에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그리고는 "그 풍선이 누구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같은 날 저녁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쉬쉐위안 주미 중국대사 대리에게 같은 소식을 전하며 '중국 정부가 당혹해하더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쉬 대사 대리 역시 이 정보를 접한 뒤 매우 놀랐다는 후문이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나 중국 모두 풍선 사건이 두 나라 관계를 더 꼬이게 만들 줄 몰랐으며 중국 관리들 일부는 '블랙스완(상상도 하지 못한 사건)'이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연락받은 뒤 몇 시간 동안 외교부를 비롯해 다수 정부 부처 간 조율을 거쳐 시진핑 주석이 서명한 성명을 발표했다. 풍선은 민간 기업이 기후 연구에 사용한 것으로 의도하지 않게 항로를 벗어났다는 내용이었다. 이 모든 일이 36시간 안에 이뤄졌다.

미국은 풍선이 중국 인민해방군(PLA)에 속한 정찰 기구라고 보면서도 중국 정부가 알래스카를 통과한 뒤 미국 내륙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날아가도록 조종했는지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인민해방군 수뇌부는 이 사건을 어떻게 봉합해야 할지 난감해한다고도 했다.

일련의 정황들은 풍선이 시 주석 등 지도부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미국 영공에 진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MIT 안보 연구 프로그램 책임자 테일러 프러벨은 뉴욕타임스(NYT)에 "블링컨 장관 방문이 임박한 시점에 중국 지도자가 풍선 경로를 알고 있었다면 미국행 풍선 비행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풍선이 세상에 알려졌을 초기 중국은 그래도 블링컨 방중 기대를 꺾지 않았다. 풍선 자체가 중국에서 뜬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건 평소 중국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특히 국무원 소속 기상국 국장 좡궈타이를 면직 처리하면서 군사 목적이 아닌 기상관측용 장비였다는 '진정성' 호소와 함께 미국에 성의를 보이려 했다.

그러나 풍선이 폭파되고 중국 내 여론이 들썩이자 중국 정부는 수비에서 공격으로 태도를 전환했다고 WSJ은 분석했다. 미국과 전화 통화를 거부하고 미국도 중국에 여러 번 정찰 풍선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해 이후 미국 풍선이 중국 허락 없이 10차례 이상 중국 상공으로 날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기와 장소를 따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여론 달래기용으로 중국은 미국과 관계 개선, 적어도 현상 유지를 희망한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쑨윈 중국 프로젝트 책임자는 "중국은 미·중 관계에서 긍정적 흐름을 유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