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 한파에 공정위 제재까지..'올리브영', 상장 연기 장기화?

올리브영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쇼핑하고 있는 고객들

CJ올리브영의 상장(IPO) 계획에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변수로 떠올랐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규모에 따라 상장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의 상장 연기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의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독과점) 지위 남용' 여부를 조사 중인 공정위는 조만간 심사보고서를 발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 격이다.


공정위는 2021년 4월 올리브영이 자사 납품업체에 부당 반품을 강요했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올리브영은 납품업체들이 경쟁 H&B(핼스앤 뷰티) 매장에 납품하지 못하는 독점 거래를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질서를 크게 저해하는 경우 △소비자 등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 △위반행위에 의하여 부당이득이 발생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한다.

과징금 규모 자기자본 10% 넘을 경우 상장 심사에 부정적 영향공정위 조사로 올리브영의 상장 계획은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증시 침체 등으로 한 차례 상장 계획을 연기한 올리브영이 이번 공정위 제재 수위에 따라 상장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 상장심사 가이드북'에 따르면 거래소는 예상손실가액이 자기자본의 10% 이상인 소송 또는 분쟁을 '기업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중점적으로 심사한다. 원칙적으로 예상손실가액이 자기자본의 10% 이상일 경우 상장을 제한한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올리브영의 자기 자본 규모는 6919억원이다. 공정위 과징금 규모가 자기자본의 10%인 690억원 가량을 넘는다면 상장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 교보생명이 재무적투자자 어퍼너티와의 소송으로 지난해 상장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심사 자료나 공시에 포함된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 행정처분 등도 상장 예비 심사의 질적심사 체크사항"이라며 "질적 심사 내용이라 과징금 등의 영향력이 어느정도 인지에 관해선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관건은 과징금 규모다. 공정위는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횟수,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을 고려해 과징금을 부과한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경우 과징금 부과율 상한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6%다. 여기서 관련 매출액은 범위가 되는 상품을 어디까지, 기간을 얼마나 산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올리브영 매출은 2020년 1조8603억원, 2021년 2조1192억원, 2022년 3분기까지 2조65억원이었다. 증권업계에선 지난해 올리브영이 2조7000억~2조91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만약 공정위가 올리브영이 수년간 관련 행위를 일으킨 것으로 간주할 경우 과징금이 자본금의 10%를 훌쩍 넘을 수도 있다.

공정위가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올리브영이 이에 불복해 소송전을 벌일 경우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징금 이슈는 상장 심사에 있어서 상당한 부담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며 "과징금이 확정되기 전 상장을 완료한다면 큰 문제는 없겠으나 최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면 재상장을 추진하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는 현재 진행 중인 사안으로 적극 소명 중"이라며" 과징금 규모 등 세부 내용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고 언급했다.

한편 CJ올리브영은 2019년에도 부당반품, 반품대금 늑장지급, 판촉비 전가 등 '백화점식 갑질'로 공정위로부터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올리브영의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CJ (142,000원 ▼10,700 -7.01%)로 지분 51.15%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