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인가' 절차 앞둔 대체거래소… 내년 문열고 'KRX 독점' 끝내나

금융당국이 조만간 대체거래소(ATS·Alternative Trading System) 예비인가 절차를 진행한다. 지난 9년간 군불만 땠던 ATS가 내년 중 출범할 수 있을지에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ATS가 한국거래소 독점 구조를 깨고 거래소 경쟁 체제를 촉발해 자본시장 확대, 투자 편의성 개선 등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지도 관심사다. ATS 출범 절차가 처음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월 중 'ATS 예비인가' 공고 예정… 연내 '본인가' 이뤄질까?

올해 1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증시 개장을 알리고 있다. /사진=뉴스1.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3월 중 예비인가 심사 일정을 공고할 예정이다.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안 나왔다. (당초 계획에서) 크게 변동은 없을 것 같다"며 "3월 중 창구를 열어서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심사를 진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ATS는 한국거래소(정규거래소)의 주식 매매 체결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거래소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정보통신망이나 전자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해 다수의 증권 매매·중개·주선·대리(다자간매매체결) 업무를 하는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로 규정한다. ATS에서 거래할 수 있는 증권은 한국거래소 상장 주식과 주식예탁증서(DR)로 제한된다.

ATS 인가 심사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뤄진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25일 ATS 인가 설명회를 열고 인가 요건, 심사 방향, 신청 일정 등 추진 계획을 알렸다. 2013년 8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ATS 도입 근거가 마련된 이후 처음으로 ATS 인가 제도화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금감원은 △법인격 △대주주 △자기자본 △인력 △전산·물적 △사업계획 타당성 △건전경영 및 사회적 신용 △이해상충방지체계 등 8가지 인가 요건을 제시했다. 자기자본 요건은 투자매매업 300억원, 투자중개업 200억원으로 정했다. 전산·물적 요건의 경우 예비인가 단계에서는 사업계획서, 회사 전체 전산설비 흐름도, 외부업체와 계약 등에 기반해 심사한다. 본인가 단계에서는 예비인가 내용과 부합 여부 등을 실지조사를 통해 확인한다.


금융위는 금감원 인가 심사와 별도로 구체적인 ATS 규제 수립 업무도 진행한다. 연내에 규제 마련 작업을 마치는 게 목표다. 금융위 자본시장과 관계자는 "인가 심사는 앞서 발표한 요건에 맞춰 진행된다. 이미 대략적인 방향성이 나간 규제 제도화 작업도 이뤄질 것"이라며 "빠르게 인가 절차가 진행되면 연내에 본인가까지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신청 당사자들의 준비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ATS 출범하면 '거래소 경쟁' 돌입… '넥스트레이드' 유력 후보

/사진=금투협.

내년 중 ATS가 출범하면 1956년부터 이어졌던 한국거래소 독점 구조가 깨진다. 한국거래소가 2015년 공공기관에 해제, 민간기업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민간 거래소 간 경쟁 체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투자자 유치를 위한 거래수수료 인하, 호가단위 축소, 거래체결 속도 개선 등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의 독점적 지위가 공고한 가운데 거래 상품 제한, 거래량 한도, 공개매수 의무 등 제약으로 경쟁 체제가 안착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와 주요 증권사들이 참여하는 '넥스트레이드'가 유력한 '1호 ATS'로 꼽힌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비상장' 운영사인 피에스엑스도 ATS 인가 신청 후보로 꼽힌다.

ATS 준비를 위해 설립된 넥스트레이드는 지난해 11월 금투협·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을 발기인으로 설립됐다. 이 외에 증권사 19곳과 코스콤,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네이버파이낸셜, BC카드, 카카오페이, 티맥스소프트도 출자한다. 초대 대표이사는 김학수 전 금융결제원장이다. 넥스트레이드는 설립 직후 경력직 채용에 나서며 본격적인 인가 준비에 나섰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예비인가 공고가 나오면 신청하려고 준비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