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처럼…" 폴란드 대통령, 우크라 안전보장 촉구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사진=로이터통신

폴란드의 국가원수가 러시아 전쟁이 시작된 지 1년 만에 서방의 지지를 재확인하기 위해 나토 강대국들에게 우크라이나의 전후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바르샤바 방문을 하루 앞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바이든을 향한 돌직구, "구속력 있는 안전보장" 촉구20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군인들의 사기를 위해 나토가 그들과 함께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며 보다 구속력 있는 안전 보장을 촉구했다. 두다는 FT와의 별도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지금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가운데 키이우(우크라이나의 수도)는 일정 형태의 안전 보장과 함께 '파트너십'을 기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두다 대통령은 또 바이든이 바르샤바를 방문하는 동안 미국이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취급하는 집단 방어 조항인 나토의 5조를 무조건 지지한다는 것을 '강력한 용어'로 재확인할 것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나토 회원국이다.

FT는 우크라이나가 추구해온 안보 보장의 내용이 추후 우크라이나에 공격이 발생할 경우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나토 유력 강대국들이 군사적 지원을 공급하도록 효과적으로 구속하는 방향으로 구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비서실장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전후 안보를 위한 공식 제안서를 공동 집필한 안데르스 포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이스라엘이 미국으로부터 누리는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뮌헨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0일 (현지시간) 독일 뮌헨 안보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유럽 내 전쟁이 실제상황일 수 있다” 고 밝히고 있다. (C) AFP=뉴스1

그러나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열린 세계 최대 안보분야 연례 국제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에선 미국과 독일 관리들이 현 단계에서 안전 보장의 필요성을 낮게 평가했다. 당초 이번 MSC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이 그 어느 때보다 이견을 드러내고 공식 석상에서 격돌하면서 국제사회가 속수무책임을 드러냈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가 휴지조각으로 전락하는 것을 경험한 우크라이나는 군사적 지원에 대한 더 구속력 있는 보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러시아, 영국,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대가로 핵 무기를 포기하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당시 세계 3위 핵 전력 국가였으나 1996년까지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로 이전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으로 이 각서는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키이우는 결국 지난 9월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실망으로 끝난 뮌헨안보회의, 독일 탱크 공급은 대체 언제…이런 가운데 두다의 안전보장 요구는 바이든이 최근 발언한 것 이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워싱턴의 공약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다른 나토 국가들도 러시아와의 전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구속력 있는 약속을 조심스러워 하고 있어, 대신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하우 바라노프스키 독일 마셜펀드 싱크탱크 바르샤바 사무소장은 "안전 보장에 대해 상당히 강력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 이를 내세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와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철두철미하게 무장하라"는 의미의 '호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다 대통령은 1년 만에 두번째로 바르샤바를 방문하는 바이든의 이번 주 방문이 나토 동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인근 국가들을 거론하며 미국 투자자들에게 "이곳은 안전하니,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비디브 브리드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6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다비디브 브리드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아 파괴된 학교 내부의 모습이 보인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일이 독일제 레오파드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에 동의할지에 대한 오랜 논쟁을 끝낸 후 이제 탱크가 실제로 언제 배달될지에 대한 긴장감이 흐른다. 독일은 지난주 폴란드와 레오파드로 무장한 다른 나라들이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더 빨리 보내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그러나 두다 대통령은 "독일이 제기한 요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레오파트 탱크의 예비부품을 생산하는 유일한 나라는 독일"이라며 "그것을 할 수 있는 다른 나라들은 없다. 독일이 예비부품을 공급하지 않는 (우크라이나 탱크 공급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바이든의 21~22일(현지시간) 바르샤바 방문 일정에는 소련 붕괴 후 나토에 가입한 중부 및 동유럽 국가들의 모임인 부쿠레슈티 나인그룹과의 회담이 포함된다. 존 커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에 따르면 바이든은 21일 오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함께 할 것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연설을 할 예정이다. 순방 기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만남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