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날' 맞은 나희승 코레일 사장…공운위 해임 의결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나희승 코레일 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참석자들은 잇따라 발생한 철도사고의 책임을 물어 전 정권에서 임명된 나희승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심의했다. 2023.2.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지난해 연이은 열차사고의 책임을 물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나희승 사장에 대한 해임 절차에 들어갔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장 중 해임된 첫 번째 사례, 임기를 못 마치고 물러난 네 번째 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공운위)는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국토교통부가 건의한 나희승 코레일 사장의 해임안을 의결했다. 나 사장은 문재인 정부 말인 지난 2021년 11월 임명됐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고속철도 탈선사고와 오봉역 코레일 직원 사망 사고,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사고 등 철도 사고가 잇따르자 코레일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 기관 운영·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나 사장 해임을 건의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월과 7월 대전-김천구미역 KTX 열차 궤도이탈과 대전조차장역 SRT 열차 궤도이탈, 11월 오봉역에서 직원 사망사고와 관련해 코레일에 1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나 사장은 이날 변호사와 공운위 회의에 참석, 자신에 대한 해임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 사장은 이달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여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 "공사의 안전 체계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끝까지 소명을 다해야 한다"고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날 기재부 공운위에서 의결된 나 사장의 해임 건의안은 이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제청과 임면권자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나 사장에세 최종 통보된다. 대통령의 최종 재가까지 사나흘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해임 결정이 되면 나 사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산하기관장 중 해임되는 첫번째 사례가 된다. 앞서 지난해 10월께 물러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기관장 3명은 모두 임기를 남겨둔 채 자진 사임했다.
해임 결정 후에도 불복 가능성도 점쳐져…과거 LX·인천공항공사도 해임 후 불복 소송전일각에서는 나 사장이 해임 결정에 불복할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나 사장이 국토부가 실시한 특별감사 때도 이의를 제기했다가 기각된 점을 미뤄봤을 때 실제 해임 결정이 이뤄진 후에도 정부를 상대로 법적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을 걸고 본안 소송(행정소송)도 함께 제기할 수 있다.


과거에도 국토부 산하기관장들이 정부의 해임 결정에 불복한 사례들이 있다. 앞서 최창학 전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해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각각 본안 소송 승소로 업무에 복귀한 적이 있다. 해당 기관들은 한동안 '한 지붕 두 사장'이라는 기형적 체제로 혼란을 겪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나 사장은 공공기관장으로서 맡은 충실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임안이 심의·의결됐다"며 "최종 대통령 재가까지 남은 절차에 따라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