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도 공중파도 한국어 영상에 '자막'…"집중 더 잘 돼요"

넷플릭스 피지컬: 100-뉴스1갈무리 /사진제공=넷플릭스

"아이가 자도 TV를 볼 수 있어요."

두살배기 아기를 키우는 김정민씨(32)는 한국어 영상에 자막을 켜고 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소리가 없어도 자막으로 모든 영상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김씨는 "조용하게 볼 수 있고 집중도 더 잘 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볼 때는 항상 자막을 켠다"고 말했다.


한국어로 된 콘텐츠에 한국어 자막을 켜고 보는 시청자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어 자막은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만 쓰인다고 여겨져왔지만 OTT에서 볼 수 있는 한국어 프로그램 대부분은 한국어 자막 기능을 제공한다.

한국어 자막 서비스는 젊은 시청자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대학생 김범석씨(25)는 "출연자들의 발음이 안 좋은 경우에 대사를 놓치지 않을 수 있고 감정표현도 자막으로 들어가 감정이입이 잘 된다"고 했다. 직장인 곽혜인씨(28)도 "지하철이나 소음이 심한 곳에서 자막을 켜면 영상이 더 잘 들어온다"고 말했다.

한국어 자막 서비스는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고 싶은 이용자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직장인 오예림씨(28)는 "1.5배속으로 보기 때문에 자막을 켜야한다"며 "빨리 봐야 시간을 아끼거나 다른 콘텐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시청자들이 이미 '자막'에 익숙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은 자막을 많이 써서 재미를 더하는데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이라며 "특히 '무한도전' 이후로 자막은 해설이 아닌 또 하나의 메시지가 됐다"고 말했다.

한글의 장점이 자막과 결합해 큰 시너지를 냈다는 의견도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글은 차지하는 부피가 적어 외국어보다 자막에 훨씬 유리하다"며 "실제로 외국보다 한국의 예능, 다큐멘터리의 자막 활용빈도가 높은 편인데 OTT로 넘어가며 드라마에까지 도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TV 방송의 문법도 변화하고 있다. SBS는 이달부터 드라마 한국어 자막 서비스를 시작했다. SBS는 현재 '모범택시2' 재방송에서 자막을 제공하고 있다. '법쩐'과 '트롤리' 재방송에서도 자막을 제공했다. 장애인을 위한 해설 방송 외에 비장애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국어 자막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방송 사상 최초다.

SBS 관계자는 "'법쩐'처럼 대사량이 많은 드라마에서 자막을 달아달라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있었다"며 "자막에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서 재방송되는 드라마에 자막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자막이 시청자들의 자유로운 이해를 방해하고 수동적으로 만든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덕현 평론가는 "누군가 만들어놓은 이모티콘 하나로 스스로의 감정을 대변하는 것처럼 자막이 시청자의 감정을 대신할 수 있다"며 "제작진이 찍어주는 자막이 많을수록 창작자의 의도대로 콘텐츠를 받아들이게 된다"고 밝혔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2'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