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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왕따 당해도 모른척…"엮이면 나도 왕따" 방관자가 됐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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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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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학폭, 해법은 있다(上)

[편집자주] 학교폭력에 대해 수십년간 다양한 해결책이 나왔지만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 나왔던 해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폭력 없는 교실을 만들기 위한 학생과 교사 등 당사자들과 정부, 국회, 일반사회 각계각층의 생각을 들어봤다.


소년원 간 게 자랑?…당당한 '일진'에 피해자는 2번 운다


① 집단생활, 군중심리, 사회 분위기 등 복합 작용…처벌강화, 입법지원 절실

친구 왕따 당해도 모른척…"엮이면 나도 왕따" 방관자가 됐다

#. "얘들아, 나 2개월 뒤에 나올게. 편지써라." 동급생을 괴롭혀 소년원에 가게 된 '일진' 이종훈군(가명·17)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소년원 주소도 적었다. 이군의 당당한 모습에 주변 친구들은 무력감을 가졌다. 이군의 행태를 본 김모양(17)은 "일진들은 반성하기는 커녕 소년원에 갔다는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학교와 사회에서 학폭 가해자를 처벌한다고 하지만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오히려 떳떳한 경우가 많다.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쉬쉬하며 사건을 숨기려는 일부 교사나 학교의 분위기까지 더해지면 피해자의 절망감은 배가 된다. 고질적인 문제다.

해결책이 마땅하지 않다.일선 교사들과 전문가들은 가해자 처벌을 구체화하는 등 제도를 보완하고 장기적으로는 교육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학폭은 원인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집단생활과 군중심리, 사회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3년 차 중학교 교사인 송모씨는 "학폭은 단지 학생과 학부모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작용한다"며 "아이들이 너무 개인주의화한 사회에서 자라온 게 큰 영향을 준다고 본다. 아이를 잘 키워야 하는데 사실상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 한 신도시 중학교에 근무 중인 34년 차 교사 최모씨도 "학폭은 가르쳐서 되는 문제가 아닌 거 같다"며 "교사들이 안 가르치는 건 아니지만 타고난 인성과 가정환경이 영향을 미치고 도덕성은 이미 어릴 때 다 만들어져 있다. 하면 안 되는줄 알면서도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4년 차 교사 이모씨(33)는 "혈기 왕성한 시기의 청소년을 30명씩 한 반에 넣으면 당연히 갈등이 발생한다"며 "그런데 갈등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또 다른 중학교 교사는 "학폭의 이유는 군중심리"라며 "요새는 100이면 100 다 사이버 학폭인데 자기랑 조금이라도 다르면 놀리고 따돌린다"고 했다.

인격이 미성숙한 학생들의 폭력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만 관건은 어른과 사회가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학교폭력 관련 교육 등 예방책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사후적 대처 역시 미흡하다는 지적은 계속 제기돼왔다.

해결책 중 하나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꼽힌다.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니 신고를 포기하는 피해 학생들이 많다는 것.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신고 건수는 증가했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건은 더 많다고 당사자들은 입을 모은다.

/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
/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

2021년 '117학교폭력신고센터 신고 통계 및 유형별 현황(학교폭력)'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신고는 3만7845건으로 전년 대비 1만861건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학교폭력 1차 실태조사'에서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 중 피해 사실을 117학교폭력신고센터에 신고한 비율은 2.1%로 집계됐다.

특히 정치권의 입법 지원이 절실하다. 매번 학교폭력 이슈가 발생하면 경쟁적으로 법안을 발의하지만 관심이 식으면 논의에 진척을 내지 못하기 일쑤다.

교사의 강력한 체벌 등 교권을 강화할 수 없는 현실에서 가정교육에 대한 지원도 요구된다. 가해자 선도, 피해자 보호 조치는 물론 학폭 처리 과정에서 부모의 양육방식과 자녀와의 유대관계 등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해준 학교폭력연구소장은 "부모 대부분은 학폭 처리 절차에만 집착하는데 현재 학교 시스템에서는 누구든 피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 부모가 '내 아이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폭을 당하면 한순간에 가정이 무너지는데 평소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진 '입시 패널티'가 무슨 소용?…"학폭 강력 처벌 필요" 학생들 호소


② 카톡왕따 생기니 '단톡금지'…"군대식 해법으론 안돼"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학생들 대부분은 간접적으로라도 학교폭력을 경험한다. 학생들은 현재의 학교폭력에 대한 대처법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실제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드라마 속 고데기 학폭보다는 '따돌림'…"엮이고 싶지 않아 방관"

머니투데이가 중·고교생들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학생들 상당수는 학교폭력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신체적인 폭력보다 따돌림과 언어폭력이 더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이민우군(18·이하 가명)은 "중학교 때 힘 있는 친구들이 약해보이는 친구들을 상대로 '체육복을 빌려줄 수 있냐'고 물어보고 실제 빌려주면 그때부터 만만하게 보고 괴롭힘을 시작했다"며 "주로 심부름을 시켰는데 한 명이 시작하면 다른 친구들도 그에 동조했다"고 말했다.

김정수군(17)은 "중학교 때 출신 지역 때문에 놀림을 당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나도 가끔 놀리기도 했고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이 같은 폭력을 목격해도 방관한다. 폭력의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까 겁이 나서다. 최희정양(18)은 "따돌림이나 학교 폭력을 봐도 선뜻 피해자를 도와주기는 어렵다"며 "선생님이나 경찰에 신고했다가 안 좋은 일에 휘말릴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태형군(16)은 "중학교 때 따돌림을 목격했지만 '내 일만 잘 하자'라고 생각했고 사건에 연루될까 두렵기도 해서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럴 때마다 속으로는 은근한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했다"고 했다.

이지혜 디자이너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이지혜 디자이너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단톡금지' 군대식 해법 말고 "가해자 엄정 처벌해야"

학생들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과 사후 조치에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 예방 교육은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민우군은 "중학교때 한 달에 한번 1시간짜리 학교 폭력 예방 동영상을 시청하고 감상문을 내긴 했다"며 "괴롭히던 친구가 정신 차리고 사과하는 내용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폭력 신고를 어디다 해야 되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황진욱군(17)은 "단체 채팅방을 통한 따돌림이 문제되니까 우리 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 없는 단톡방을 만들지 못하게 한다"며 "한 번은 운동회 준비 때문에 친구들이랑 단톡방 만들었다가 선생님한테 혼이 났다"고 했다.

학교폭력 사건이 다루는 교사들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효진양(17)은 "학폭 사건을 대하는 선생님들의 태도가 소극적이다"며 "일단 무조건 화해하라고 하는데, 화해를 해야 학폭위까지 안 올라가니까 그런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학교폭력 가해자는 대체로 교내봉사 등의 처분을 받는다. 문제를 자주 일으키는 학교폭력 가해자는 오히려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되는 교내봉사 처분을 반긴다고 했다.

권도연양(17)은 "심각한 학교폭력은 학교 밖 일진들이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서 선생님들이 관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처벌 수위가 너무 낮아 또 다시 학교폭력을 저지르는데 지금 처벌이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홍슬기양(15) 역시 "단순히 놀리는 것도 폭력이라는 것을 교육함과 동시에 학교 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정수군은 "입시에서 패널티를 주는 방안은 입시에 관심이 없는 일진에게는 쓸모가 없고 또 공부 잘하는 학생이 가해자라면 학교에서 사과하라고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강한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지혜 디자이너 /사진=이지혜
이지혜 디자이너 /사진=이지혜



'경쟁'이 학폭 부추긴다…"학폭은 교실 아닌 사회의 문제"


③ 교사들 "경쟁 완화가 학폭 해결 열쇠"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끔찍한 학교폭력에 시달린 피해자 동은이 가해 학생인 연진에게 묻는다. 본인을 왜 괴롭히느냐고. 연진은 답한다. 그래도 되니까, 널 괴롭히는데 너에게도 나에게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처럼 학교폭력에는 어떤 명분도, 정당한 이유도 없다.

교직에 수십년 동안 몸담아 온 교사들은 요즘 학교폭력에 이렇다 할 이유가 없는 만큼 마땅한 해결책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잔인한 학교폭력 사건이 세상에 알려져 사회적으로 회자될 때마다 교육당국은 이런저런 해결책을 내놓지만 현장에서는 미봉책에 그칠 뿐이다. 교사들은 경쟁에 매몰돼 있는 학교 분위기를 고쳐나가야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학폭위 조치 생기부 기록' 도움되나 근본적 해결책 아냐

2011년 대구 한 중학생이 집단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 이듬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조치를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기재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이후 생기부에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는 가해 학생 측은 학교 울타리 안에 법적 소송을 끌고왔다. 그나마도 내신 성적에 관심 있는 학생에게나 유효했다. 정시로 대학을 가거나 성적에 관심 없는 학생에게 '생기부 협박'은 힘이 없다.

경기 성남시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34년차 A교사는 "요즘 중학생들도 '생기부 기록돼요?'라고 물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경쟁이 치열하다"며 "머리가 큰 고등학생들은 사실상 '생기부 협박'밖에 방법이 없긴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목고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소송으로 합격 시점까지 버티면 그만"이라며 "소송 중이면 결론이 안 나니 생기부에 아무런 기록이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생 경우도 생기부 기록이 2년이면 사라지기 때문에 졸업하고 재수하면 깨끗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생기부 기재 의무화 후 법적 다툼이 증가했다. 2012년 175건이던 '가해 학생 행정심판 처리 건수'는 2019년 893건으로 늘었다. 코로나19로 등교일수가 적었던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642건, 682건으로 집계됐다.

학생부장 경험이 있는 23년차 B교사는 학폭위 조치를 생기부에 기록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B교사는 "생기부에 기록되니 피해 학생이 신고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세게 나오는 애들도 있고 가해 학생 측에서 사소한 것도 인정 안 하고 변호사를 선임해 일이 커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입시 경쟁에 교사·학생 모두 '고통'…사회 분위기 바뀌어야

교사들은 입시 경쟁 완화 없이는 학교폭력 해결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입시에서 시작돼 사회로 이어지는 경쟁 분위기가 완화되고 학생과 학부모가 여유를 되찾아야 학교폭력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A교사는 "잘 나가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감에 스트레스를 더 받고 한계에 다다르면 수업시간에 안 하던 언행을 하는 식으로 폭발하곤 한다"며 "어릴 때부터 치열하게 길들여지고 먹고 살기 힘드니 공격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교육 제도도 바뀌지 않을 것이고 학폭의 근본적 해결도 어렵다"고 말했다.

B교사도 "사회 전체 분위기가 개인주의화하다 보니 아이들은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권리를 방해받거나 무시당하는 것을 못 참는다"며 "학폭은 단지 학생과 학부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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