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파산? 오히려 '줍줍'" 간 큰 서학개미, 美친 베팅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의 겁없는 베팅이 계속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저가 매수 기회라고 판단해 미국 은행주를 앞다퉈 사들이고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주가가 하락하며 손실도 커지는 상황이다. 증권가 안팎에선 섣부른 투자를 자제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미국주식 개별종목은 퍼스트리퍼블릭뱅크다. 투자자들은 이 주식을 3766만1947달러(492억원) 순매수했다. 서학개미들의 사랑을 받는 글로벌 전기차업체 테슬라(695만8501달러)보다 5배 넘게 사들였다.


미국 주식은 매매거래 후 한국 시간 기준으로 3일 뒤 체결된다. 이에 지난 14~21일 동안 체결된 순매수는 SVB 파산 우려가 발생한 9~16일(현지시간) 동안 이뤄진 거래로 볼 수 있다.

퍼스트리퍼블릭뱅크는 파산 위험이 있는 미국의 중소지역은행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미국 정부가 구제안을 추진 중인데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널뛰기하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뱅크 주가는 SVB 파산 우려가 불거진 지난 9일부터 전날까지 -17%, -15%, -62%, +27%, -21%, +9%, -33%, -47%, +29% 순으로 등락을 반복했다. 1주당 81.76달러였던 주가는 현재 15.77달러로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SVB(1305만5494달러) △팩웨스트뱅코프(967만6877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939만8516달러) 등 다른 미국 은행주들도 대규모 사들였다.


은행주 관련 증권상품에도 투자수요가 몰렸다.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미국 대형은형 지수를 3배 추종하는 'BMO 마이크로섹터 US 빅뱅크 인덱스 3X 레버리지'(BNKU) ETF(상장지수펀드)를 1536만6960달러, 지역은행 지수를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리저널 뱅크 불 3X 셰어스'(DPST) ETF를 621만7535달러 어치 순매수했다.

그간 대형 빅테크(대형IT기업) 우량주에 매수세가 쏠렸던 것과 비교되는 현상이다. 미국 정부가 SVB 파산 사태 이후 이어지는 금융시장 충격을 막아내는 데 성공하면서 저가 매수를 염두에 둔 투자자들이 베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도 금융시장이 불안정해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SVB의 경우 파산 리스크가 터졌던 지난 9~10일 매수세가 몰렸다. 파산 직전까지 거래량이 미미했으나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SVB 주식을 1203만6413달러 사들였다. SVB는 현재 거래정지 됐고 투자금 회수 여부도 불투명하다.

레버리지, 곱버스(지수 하락시 2배 수익) 상품 역시 투자에 주의를 요구한다.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관련 지수가 하락할 때 더 크게 하락함과 동시에 횡보해도 수익률이 줄어드는 구조다. 곱버스의 경우 하락시 주가가 상승할 순 있어도 횡보 시엔 레버리지 상품과 마찬가지로 손실을 볼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위기는 종료된 게 아니라 현재 진행중이고 불확실성이 상당히 커 (투자자) 예상과 다르게 대규모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며 "신중한 투자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