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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다해 연민정 그리고 박연진, 악녀는 진화한다!

머니투데이
  •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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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2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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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박연진(임지연), 사진제공=넷플릭스
'더 글로리' 박연진(임지연), 사진제공=넷플릭스
‘악녀’하면 누가 떠오를까?


제목이 ‘선덕여왕’이었음에도 그해 연기대상을 받은 미실(고현정 분)을 비롯해 악다구니로 드잡이 하던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김서형), 김소연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받던 ‘펜트하우스’의 천서진 등이 뇌리를 스친다. 그리고 최근에는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박연진(임지연)이 단연 으뜸이다. 사실 모든 작품에는 악녀가 등장한다. 하지만 대중의 기억에 오래 남는 악녀는 손에 꼽는다. 그들에게는 어떤 마성의 매력이 있는 것일까?


#주다해·연민정, 그리고 박연진


오랜 기간 회자되는 악녀로 ‘야왕’의 주다해를 빼놓을 수 없다. 딱 10년 전인 2013년 방송돼 시청률 25.8%를 거뒀던 작품이다. 이 작품하면 단연 주인공 주다해가 떠오른다. 무엇보다 그동안 청순함의 대명사였던 배우 수애의 180도 달라진 연기 변신이 화제 요인이었다.


주다해는 태생부터 고되다. 보육원 출신 고아로 못된 의붓아버지 아래 자라서 비뚤어졌다. 결국 의붓아버지를 살해하지만 그를 사랑하는 하류(권상우)와의 행복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주다해의 욕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백학그룹의 후계자 백도훈를 탐하고, 가정을 꾸리기 위해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던 하류를 외면한다. 그는 백도훈과 인연을 맺기 위해 하류와 딸을 뒤로 하고 미국으로 떠나고, 돌아온 주다해는 의붓아버지 살해죄를 하류에게 뒤집어씌운다. 하지만 주다해는 결국 딸에 이어 하류의 친형마저 죽게 만든다.


'야왕' 주다해를 연기한 수애, 사진제공=베르디미디어
'야왕' 주다해를 연기한 수애, 사진제공=베르디미디어


주다해는 ‘스케일이 다른’ 악녀로 기억된다. 단순히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수준을 넘어, 매번 죽음으로 다스렸다. 게다가 재벌가 며느리를 넘어 영부인 자리까지 넘본다. 결국 그 역시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야왕’은 역대 드라마 중 여주인공이 가장 많은 등장인물을 죽인 드라마로 기억되고 있다.


‘왔다 장보리’ 속 연민정(이유리)의 악행 역시 이에 못지않다. 오죽 했으면 연민정의 인기가 워낙 높아 시작은 ‘왔다 장보리’였지만 ‘갔다 연민정’으로 막을 내렸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연민정 악행의 핵심은 가족들을 함부로 대하며 천륜을 저버렸다는 것이다. 친엄마를 술집 아줌마라 칭하며 험담하고, 결국 힘이 있는 이들의 양딸로 들어간다. 연인의 집안이 어려워지자 그의 아이를 낙태하려 하고, 재벌가 아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남의 작품을 베끼거나 누명을 쓰게 만드는 것은 예사다. 한때 사랑했던 남성을 죽이려 했고, 결국 살인미수로 고소당해 감옥에 갇힌다. 출소 후에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친모의 국밥집에서 일하며 독특한 파마 헤어스타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연민정에 대해 그를 연기한 이유리마저 "불쌍하기는 하지만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왔다 장보리' 연민정을 연기 중인 이유리. 사진제공=MBC
'왔다 장보리' 연민정을 연기 중인 이유리. 사진제공=MBC


주다해와 연민정은 자신의 성공과 영달을 위해 비루한 과거를 거부하고 오로지 위를 향해 도움닫기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하다. 이 과정 중에서 방해가 되는 인물들은 가차없이 제거하려 한다.


하지만 박연진은 다르다. 그는 태생적으로 ‘가진 자’다. 부유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다. 그래서 오히려 ‘없는 자’들을 무시하고, 그들을 노리개감 삼으려 한다.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그들에게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재미있잖아" 정도다. 누군가에는 죽을 만큼의 고통이지만, 박연진은 여기에 공감하지 못한다. 출발선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꼬인 금수저’다.


박연진의 악행이 무서운 이유는, 그가 가진 부를 이용해 공권력마저 무력화시킨다는 점이다. 학폭 피해자 동은은 부모, 교사, 경찰 등 그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가진 이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그들은 침묵했다. 아니, 더 철저히 외면했다. 이런 사회가 박연진이라는 괴물을 키웠다. 결국 ‘박연진’은 학폭 가해의 대명사가 됐고, ‘더 글로리’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는 "전국의 박연진씨에게 죄송하다"고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왜 악녀에 열광하나?


박연진을 연기한 임지연은 언론 인터뷰에서 "작가님이 천사의 얼굴에 악마의 심장을 가진 사람을 원하셨다. 저는 무엇을 해도 달라지지 않는, 끝까지 미움받는 악역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복수를 마쳤을 때 박연진의 곁에 아무도 남게 하지 않겠다는 동은의 말처럼, ‘더 글로리’가 끝난 후에도 박연진을 동정하는 이는 없다. 왜일까?


박연진이란 악녀가 더 악랄하게 느껴지는 것은 개연성 때문이다. 주다해나 연민정은 극화된 측면이 크다. 그들의 악행을 행하는 과정에서 우연이 자주 발생하고, 그들의 살인과 이를 은폐하는 과정 역시 두루뭉술하게 그려진다.


반면 박연진은 보다 치밀하다. 자신의 권력을 십분 활용한다. 더 소름끼치는 것은 반성이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박연진은 반성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도망치고 숨을 굴을 판다. 그리고 대중은 실제 삶 속에서는 이런 부류의 인간을 종종 보곤 한다. 충분히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을 깔보고 또 괴롭힌다. 이런 주변 인물들과 박연진이 겹치는 탓에 현실감은 배가된다.


'더 글로리' 박연진을 연기 중인 임지연. 사진제공=넷플릭스
'더 글로리' 박연진을 연기 중인 임지연. 사진제공=넷플릭스


악녀를 향한 대중의 열광은,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이라기보다는 극적 재미를 돋우는 요소로서 기인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물리적으로 힘이 세지 않다. 힘으로 맞붙는다면 여성이 남성을 이기기란 어렵다. 대신 악녀는 머리를 쓴다. 치밀하게 설계한 덫을 쳐놓고, 주변 이들을 조종해 원하는 바를 이룬다. 세 치 혀로 상대방을 굴복시키고 무너뜨리는 악녀의 마력은 그 어떤 육체적 다툼보다 섬뜩하다.


게다가 대부분 작품 속 악녀는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다. 성취를 위해 이런 미모의 우월성도 적극 활용한다. 주다해는 재벌가 며느리에 이어 영부인 자리를 노렸고, 박연진은 가장 예쁠 나이에 재벌가로 시집가 예쁜 딸을 낳았다. 이런 외적인 매력은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인다. ‘더 글로리’가 공개된 후 ‘박연진 룩’이 화제를 모은 이유다.


한 방송 관계자는 "과거에는 악역을 맡은 배우들이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등을 맞거나 욕설을 들었다고 말하곤 했다. 또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CF 시장에서 배제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작품을 작품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늘었다. 그래서 인지도 높은 여배우들이 악역을 맡는 것을 꺼리지 않고, 그들이 작품이 끝난 후 CF 시장에서 각광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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