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 대표, 김대유·유희열 이사 '조기 퇴장'…사태수습 나선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의 모습. 2023.03.28./사진제공=뉴시스

KT (30,400원 ▼300 -0.98%) 사외이사들이 '결자해지'를 택했다. 여권으로부터 구현모 현 대표와 함께 '이권 카르텔'로 지목됐음에도 구 대표의 연임 판단과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 선임을 주도했지만, 끝내 실패로 귀결된 만큼 책임을 지겠다는 결단이다. 다만 최소한의 경영 기능 유지를 위한 '질서 있는 퇴장'에 나선다. 구 대표 역시 주총을 사흘 앞두고 사의를 표명, KT는 본격적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

2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강충구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김대유·유희열·표현명·여은정·김용현 등 KT 사외이사 6인은 최근 만남에서 거취 문제를 논의하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공감대를 이뤘으며, 이 같은 내용을 주요 주주와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KT 관계자는 "이번 주총으로 임기가 끝나는 강충구·표현명·여은정 사외이사에 대해 애초에 임기 1년의 재선임 안건을 올린 것부터 사외이사 모두가 새로운 경영진 선출 및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한 뒤 물러나겠다는 뜻이었다"며 "그러나 윤 후보가 낙마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사외이사들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KT사외이사 /사진=KT

이에 모든 사외이사가 강충구 의장에게 거취를 일임했다. 다만 최소한의 KT 이사회 기능 유지를 위해서라도 일거에 전원 사퇴는 어렵다. 상법상 이사는 최소 3명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질서있는 퇴진'이 바람직하다.

이에 유희열·김대유 사외이사 등 2명이 먼저 사의를 밝혔다. 이들은 각각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캠프,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는 등 전 정권과 가까운 인물들이다. KT는 "사외이사들이 최근 일련의 과정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구 대표도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대표이사 공백 시 전임자가 자리를 지켜야 하지만 여권의 비판 기류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구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조기에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KT는 대표이사 유고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정관 및 직제규정에서 정한 편제 순서에 의거해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오는 31일 주총에서 3인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통과돼 4인의 사외이사 체제가 유지되고, 박 대행이 사태 수습의 키를 잡게 되면 KT의 지배구조 논란도 점차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KT는 박 대행과 주요 경영진들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 집단 의사결정 방식으로 향후 전사의 경영·사업 현안을 해결할 방침이다. 또 비상경영위 산하에 고객서비스·마케팅·네트워크 등 사업 현안을 논의하는 '성장지속 TF'와 차기 대표이사·사외이사 선임 절차 등을 추진하는 '뉴 거버넌스 구축 TF'를 운영한다. 특히 뉴 거버넌스 구축 TF는 주주 추천 등을 통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전문기관을 활용해 지배구조 현황과 국내외 우수 사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KT 이사회는 뉴거버넌스 구축 TF의 개선안을 바탕으로 우선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한다. 아울러 신규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개선된 정관·규정에 따라 차기 대표이사 선임에 나선다. KT는 "국내 및 미국 상장기업인 점을 감안 시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2차례 임시 주총 개최를 통한 사외이사·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완료되기까지는 약 5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행은 "모든 임직원이 협력하고 맡은 바 업무에 집중해 KT 고객과 주주들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며 "고객서비스 및 통신망 안정적 운용은 물론,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경영 및 사업 현안들을 신속히 결정해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