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32조' 한국전력, 반도체 업황 침체…상장사 희비 갈렸다

/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

지난해 상장기업들의 실적에 희비가 엇갈렸다. 건설업, 조선업, 중공업, 화학 업종의 실적이 감소했고 한국전력이 포함된 전기가스업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에너지 가격 상승의 수혜를 입은 기업의 이익은 크게 개선됐다.

4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2022년 코스피 상장기업 실적을 보면 지난해 상장사 가운데 가장 적자 폭이 컸던 기업은 한국전력 (19,130원 ▲50 +0.26%)이었다. 2021년 5조84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던 한전은 지난해 적자가 5배 이상 늘어나 32조655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전의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삼성전자, 현대차 (181,600원 ▼1,200 -0.66%), SK (167,300원 ▲2,100 +1.27%), 기아 (84,100원 ▼1,700 -1.98%), POSCO홀딩스 (475,000원 ▲1,000 +0.21%), LG전자 (101,600원 ▼800 -0.78%), SK이노베이션 (135,800원 ▲1,400 +1.04%)에 이어 상장사 8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경기 회복으로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늘면서 전력판매가 증가했고 전기 요금이 조정된 영향이다. 그러나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며 영업비용도 함께 늘었다.

한전의 전력 판매 단가가 전기 원가보다 낮아 매출과 손해가 함께 늘었다. LNG(액화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에 직접 영향을 받는 전력도매가, SMP(계통한계가격)은 지난해 연평균 ㎾h당 196.7원이었다. 지난해 전기 판매 단가 120원을 빼면 전기 1㎾h를 팔 때마다 76원 가량 적자를 본 것이다.

상장사 가운데 영업이익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전자 (72,600원 ▲600 +0.83%)였다. 다만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021년 51조6338억원에서 2022년 43조3766억원으로 15.99% 줄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하락은 반도체 업황 침체에 따른 출하 부진과 가격 하락의 영향이다.

SK하이닉스 (131,100원 ▼1,500 -1.13%)도 매출액이 2021년 42조9977억원에서 2022년 44조6215억원으로 3.78% 증가하며 영업이익 상위 14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5.13% 감소한 6조8094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보다 반도체 비중이 높아 업황 침체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은 탓이다.

상장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곳은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사인 E1 (61,000원 ▼200 -0.33%)이었다. E1의 영업이익은 2021년 55억 7500만원에서 2022년 2787억 3100만원으로 4899.37% 올랐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LPG 가격이 올랐고 판매 물량도 증가한 영향이다.

한전 외에도 지난해 162개 기업이 적자를 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티웨이항공 (2,275원 ▼25 -1.09%), 하나투어 (54,500원 ▲400 +0.74%), 제주항공 (11,370원 ▲420 +3.84%) 등이 적자를 지속했고 대우조선해양 (26,950원 ▼200 -0.74%), 한국조선해양 (114,500원 ▲3,200 +2.88%), 삼성중공업 (8,140원 ▲10 +0.12%), 현대중공업 (133,800원 ▲4,900 +3.80%)도 적자를 이어갔다. LG디스플레이 (12,420원 ▲50 +0.40%)와 롯데케미칼 (156,400원 ▼1,100 -0.70%), 효성화학 (92,400원 ▲3,900 +4.41%)도 적자 전환했다. 순이익 증가율 상위기업으로는 삼성전자, HMM (16,780원 ▲910 +5.73%), 현대차, 기아, SK, POSCO홀딩스, 삼성물산 (120,500원 ▲1,900 +1.60%), 현대모비스 (225,500원 ▼1,500 -0.66%) 등이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