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태까지 예쁘네" 거실 중앙 차지…TV·냉장고 '대변신' 이유

뒷면까지 예뻐진 LG전자 올레드 TV '포제'가 거실 중앙으로 나왔다/사진=LG전자

뒷면이 예뻐 거실 중앙으로 걸어나온 TV, 17만 가지 색을 바꾸는 냉장고.

가전도 예뻐야 사는 시대다. 가전 제품의 성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가전을 고를 때 기능 이상의 장점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다. 초 개인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각자의 개성 표현이 중요해진 것도 가전의 심미적 요소를 중요하게 만든 배경 중 하나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전 업체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색상 등 디자인, 인테리어와의 조화를 셀링 포인트로 삼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성능에 초점을 맞춘 '모두를 위한 가전'보다 나만의 공간에 어울리는 '맞춤형 가전'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라이프스타일 TV'라는 새로운 TV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액자형 디자인으로 TV를 보지 않을 때는 마치 그림이 걸려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더 프레임', 폼펙터와 화면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어 가구의 일종으로 디자인한 '더 세리프', 패브릭 소재를 덮어씌워 차가운 전자제품이 아니라 '가구'의 느낌을 추구한 빔 프로젝터 등을 꾸준히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라이프스타일 제품의 판매량과 매출이 매년 두 배씩 성장하고 있다"며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글로벌 TV시장 불황의 돌파구로 삼겠다"고 밝혔다.

국내 가전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TV가 거실 한 켠에 세워두고 고정시킨 채 보는 제품이었다면, 지금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고, 파티에 사용할 영상을 트는 등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그 용도가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V를 꺼놨을 때 그림을 걸어둔 효과를 주는 삼성전자의 더 프레임/사진=삼성전자

LG전자는 아예 TV를 들고 전자 박람회가 아닌 '디자인 전시회'에 참가했다. 이달 17일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디자인 박람회 '밀라노 디자인위크 2023'에서 프리미엄 홈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선보인단 계획이다. LG 올레드(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오브제컬렉션 포제는 TV를 앞이나 뒤, 옆 어디서 보더라도 인테리어 소품처럼 느껴지도록 했다. 외관에 패브릭을 적용했고, 뒷면에도 히든스페이스를 만들어 셋톱박스와 멀티탭 등 소품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깔끔한 화이트 톤으로 모니터를 여러 장소에 옮겨다니며 볼 수 있는 스탠바이미도 조명과 가구, 인테리어 소품들과 조화를 이뤄 한 공간에 함께 어울리도록 했다.

TV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고객들이 비스포크 가전을 구매하기 전 AI(인공지능)으로 자신들의 집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가전 제품 색상을 조합해 볼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제공했다. LG전자는 빛의 각도나 보는 방향에 따라 색이 변화하는 '오로라 화이트' 색상의 노트북 '그램 스타일'과 패널 색상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냉장고 '무드업'까지 출시했다.

업계에선 특히 코로나19(COVID-19)이후 자신이 누리는 공간에 대한 애착이 커지면서 가전의 심미적 요소가 중요해졌다고 봤다. 패션 등 눈에 즉각적으로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내가 사용하는 모든 것이 나를 표현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고객들이 가전에 요구하는 기능이 다양해 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아름다움 외에도 IoT(사물인터넷) 기능, 친환경 소재 사용 여부 등을 따지는 소비자도 많아졌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가전제품의 하드웨어 스펙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면서,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가전 업체들도 예전엔 스펙 경쟁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개인형, 맞춤형 디자인과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