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 굴린 대형 저축은행은 '적자 전환' 피했다

/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

올해 1분기 적자를 낸 저축은행들이 속출했지만 상위권 저축은행은 여전히 흑자 기조를 지켰다. 업황 악화로 커진 이자비용을 유가증권 운용 수익으로 방어했다.
상위 4개 저축銀 총 631억원 흑자…나머지 16개사는 1138억원 적자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상위 20개 저축은행의 지난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507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3156억원에서 3663억원 급감했다.

자산이 7조~16조원대인 상위 4개(SBI·OK·한국투자·웰컴) 저축은행은 순이익이 감소하긴 했으나 적자로 돌아서진 않았다. 4개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 합계는 63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610억원) 대비 61%(979억원) 줄어들었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 지난해 동기 901억원에서 96%(864억원) 감소한 3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웰컴저축은행은 270억원에서 81억원으로 70%(189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은 172억원에서 137억원으로 20%(35억원) 순이익이 줄었다. 업계 2위 OK저축은행은 상위 20개 저축은행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증가했다. OK저축은행의 순이익은 267억원에서 376억원으로 41%(109억원) 늘었다.

반면 자산이 2조~6조원대인 5~20위권 저축은행 16곳은 올해 1분기 113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54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16개사 중 모아·신한·키움·DB저축은행 4개사를 제외한 12개사가 일제히 적자로 전환했다.

회사별로 보면 상상인·페퍼·애큐온·대신저축은행 순으로 순이익 감소액이 컸다. 상상인저축은행의 1분기 순손실은 17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22억원)보다 397억원 줄었다. 페퍼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101억원 흑자에서 253억원 적자로 354억원 순이익이 감소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106억원에서 203억원 적자로, 대신저축은행은 51억원에서 175억원 적자로 순이익이 각각 309억원, 226억원 감소했다.


업황 악화로 이자비용 136% 급증…상위 회사는 자산 운용으로 실적 방어

/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

저축은행들의 실적 악화는 이자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연초 대비 3배 가까이 높아졌다. 반면 대출금리는 법정 상한선(20%)에 가로막혀 예대마진이 급격히 축소했다. 지난 1분기 상위 20개 저축은행의 이자비용은 전년동기에 비해 136%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이자수익은 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상위권 저축은행의 실적 방어는 자산 규모의 차이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자산 규모가 큰 상위사는 지난 1분기 자산 운용, 채권 매각 등 본업 외 업무를 통해 수익을 올렸다. OK저축은행은 배당금 수익이 280억원에 달했다. SBI저축은행도 102억원의 배당금 수익을 기록했다. 자산 규모가 큰 저축은행은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도 높다. 상호저축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자기자본의 50% 내에서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다. 비상장 주식과 비상장 회사채는 합쳐서 자기자본의 10%를 넘어선 안 된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유가증권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총자산 규모에 따라 달라지다보니 예대마진으로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상황에선 상위권 저축은행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