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빨라진 '얼음 없는 북극'…한파·폭염·물폭탄 더 잦아진다

국내 연구진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 추세대로 계속될 경우 북극 해빙은 2030년대 소멸을 시작하고 2050년대 완전히 사라진다는 분석을 내놨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 추세대로 이어질 경우 북극 해빙이 2030년대 소멸을 시작하고 2050년대 완전히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 기준으로 통용되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평가보고서' 예측보다 10년 더 빠른 추이다.

민승기 POSTECH(포항공과대) 환경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김연희 POSTECH 환경공학부 교수와 캐나다 환경기후변화청, 독일 함부르크대 연구팀이 공동 연구한 결과다.


지구 기온은 수십 년간 급속한 산업 발전과 그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지속 상승 중이다. 이에 따라 북극 해빙 면적이 빠르게 줄고 있다. 해빙은 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으로 해빙이 녹으면 해수면을 크게 높인다. 북극 해빙 감소와 해수면 상승, 그에 따른 온난화는 중위도 지역의 이상기후 발생 빈도를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북극 해빙 변화는 광범위한 영역을 살펴봐야 하고 느리게 진행돼 예측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 POSTECH 연구팀은 북극 해빙의 소멸 시기를 예측하기 위해 1979년부터 2019년까지 데이터를 전수 조사했다. 이어 컴퓨터 다중 시뮬레이션과 인공위성 관측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북극 해빙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인위적인 온실가스 증가'로 확인됐다. 인간의 화석 연료 연소와 산림 벌채로 인해 방출된 온실가스가 지난 41년간의 북극 해빙 감소를 일으켰다는 의미다. 반면 자연적인 요소인 태양, 화산활동, 에어로졸(공기에 떠 있는 입자) 등은 해빙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연구팀은 온실가스 증가로 1년 내내 북극 해빙이 줄어들고 있고, 그중 9월에 가장 크기가 작다고 밝혔다. 또 기존 IPCC 예측에 활용된 기후 컴퓨터 모델들이 해빙 감소 추세를 전반적으로 과소평가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IPCC는 평가보고서를 통해 해빙 소멸 시기를 2040년대로 전망했다.

극지연구소가 2019년부터 빙하가 녹는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 해당 영상은 이번 연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영상으로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음. / 영상=극지연구소

북극 해빙 소멸하면…때아닌 한파·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빈번
앞서 세계 각국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2℃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기후위기 심각성을 경고한 2018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특별보고서 발표 이후 1.5℃가 글로벌 기후 목표가 됐다.

POSTECH 연구팀은 IPCC 전망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 줄여야 한다고 봤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더라도 2050년대에 해빙이 모두 소멸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극 해빙의 소멸은 해당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연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빙이 줄어들면 세계 곳곳에서 한파와 폭염, 폭우와 같은 이상기후가 훨씬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또 시베리아 지역의 영구 동토층이 녹아 지구 온난화가 증폭될 수 있다.

민승기 교수는 "인공위성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 모델 시뮬레이션을 보정한 결과 기존 IPCC 예측보다 더 빠른 북극 해빙 소멸 시기를 확인했다"며 "탄소 배출 저감 정책과 동시에 북극 해빙 소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기후변화 영향을 평가하고 적응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POSTECH(포항공과대) 연구팀이 입증한 북극 해빙 소멸 시기. / 사진=POSTECH(포항공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