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추가 충당금 개정 늦어지는 이유는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대출에 추가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는 것을 두고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어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은 필수적이지만, 충당금을 추가로 쌓게 되면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13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대출에 30%의 추가 충당금을 쌓는 감독규정을 개정한다고 밝혔지만, 개정 시점을 확정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5~6개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대출에 30%의 추가 충당금을, 7개 이상 금융사에서 자금을 끌어온 경우엔 50%의 추가 충당금을 쌓게 하려 했다.

앞서 금융위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의 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높아져 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했다. 지난해 3월 기준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 고객의 비율이 상호금융(35.3%), 카드사(54.5%), 캐피탈사(59.6%)보다 저축은행이 75.3%로 높아서다. 그런데 타 업권과 달리 저축은행만 다중채무자에 추가 충당금 적립기준이 없었다. 또 저축은행의 올 1분기 연체율이 5.1%로 석달 사이 1.7%포인트(p) 올라 부실에 더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8개월이 넘도록 감독규정 개점 시점을 정하지 못한 데에는 저신용자가 돈을 구할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다. 저축은행의 조달비용인 수신금리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충당금까지 더 쌓게 되면 대손 비용이 고스란히 취약차주의 대출금리에 반영된다. 지금도 취약차주들은 20%에 가까운 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다. 법정최고금리가 20%로 제한된 만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저축은행들은 저신용자의 대출 취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개인신용대출을 3억원 이상 취급한 저축은행 가운데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대출을 내어주지 않은 곳은 지난 4월 기준 11곳이다. 전년 동기(6곳)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신용대출 자체를 3억원 이상 취급한 저축은행 수도 같은 기간 35곳에서 31곳으로 줄었다.

저축은행의 실적 악화로 추가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79개 저축은행들은 올 1분기 52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저축은행 사태가 진행됐던 2014년 이후 9년 만에 순손실이다. 충당금을 쌓을수록 저축은행의 실적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감독개정 규정 도입을 두고 고민이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올 하반기에는 감독규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 속에서 부실 우려가 커지는 만큼 충당금을 착실히 쌓아야 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저축은행의 업황이 어려운 만큼 적정 충당금 규모를 업권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