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물류부터 헬스케어까지…아프리카, K-스타트업에 꽂혔다

#백신·의약품 배송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 하벤은 이달 초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열린 정보통신 박람회 '자이텍스 아프리카(GITEX Africa)'에서 이집트와 우간다의 물류기업, 나이지리아의 IT기업 등 3곳과 기술협업·수출 협약을 체결했다. 현지 기업들이 하벤의 솔루션으로 콜드체인 물류가 발달하지 않은 아프리카의 백신·의약품 배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협업을 요청하면서다. 모로코의 한 IT기업은 아예 하벤과 조인트벤처 설립을 제안했다. 하벤은 이번 자이텍스 참가를 계기로 본격적인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검토하기로 했다.

아프리카가 K-스타트업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혁신기술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디지털 전환 수요를 공략하면서다.


15일 외교부 소속 한·아프리카재단에 따르면, 이달 초 자이텍스 아프리카에 참여한 국내 스타트업 7곳 중 △하벤 △프로메디우스 △스위치원 △마린이노베이션 △코코넛사일로 등 5곳은 현지에서 기업들과 사업 협업이나 투자유치 협의를 진행했다. 한·아프리카 재단 관계자는 "성공 가능성이 확실해야 협업을 시작하는 현지 문화를 고려하면 상당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의료AI 솔루션 스타트업 프로메디우스의 경우 부대행사로 열린 피칭대회 '슈퍼노바 챌린지'에서 헬스테크 분야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로 인정받았다. 프로메디우스는 대회 성과를 기반으로 해외투자 유치도 추진 중이다.

그밖에 환전 솔루션 스위치원, 해조류 활용 플라스틱 대채소재를 개발한 마린이노베이션, 디지털 물류 플랫폼 코코넛사일로도 현지 기업들과 사업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한·아프리카 재단 관계자는 "아프리카는 임팩트 스타트업·투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현지 기업·투자자들이 이번에 발표한 스타트업들의 솔루션이 의료격차, 환경파괴, 환전, 물류 등 현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라고 전했다.

한·아프리카재단이 자이텍스 아프리카에서 한국공동관을 지원했다/사진=한·아프리카재단

실제 아프리카에서는 스타트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아프리카 사모펀드·벤처캐피탈협회(AVCA)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리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65억달러로 전년대비 1% 감소하는데 그쳤다. 글로벌 벤처투자가 전년 대비 32%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글로벌 벤처투자의 1% 수준이지만 투자업계는 아프리카가 핀테크 등을 중심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아직 한국 스타트업이 홀로 진출하기 어렵다는 점은 넘어야 할 문제다. 아프리카 기업들과 MOU 체결에 성공한 하벤 관계자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시장 상황이 어떤지, 어떤 전략으로 누구를 만나야하는지 등 정보가 부족하다"며 "현지 특수성을 잘 알고 믿을 수 있는 네트워킹을 해줄 지원기관이 없으면 진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아프리카재단은 지난해부터 스타트업의 아프리카 진출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원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을 선발해 전시회 참가를 돕고 현지화, 액셀러레이팅,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특히 올해는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내기 위해 자이택스 참가 기업들과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후속 방문해 비즈니스 매칭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운기 한·아프리카재단 이사장은 "앞으로도 우리 스타트업이 아프리카 시장에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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