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만하면 공매도에 주르륵…HLB그룹에 무슨일이?

신약 개발사 HLB그룹이 반복되는 공매도에 속앓이하고 있다. 글로벌 신약의 임상 3상 성공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이라는 호재에도 주가가 오를만하면 공매도가 쏟아지며 제자리 걸음이다. 주주들은 기관의 공매도가 '의도적인 주가 떨어트리기'라며 금융당국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LB그룹 주주연대 '주가행'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HLB (102,900원 ▲8,300 +8.77%)와 HLB생명과학 (15,220원 ▲700 +4.82%)에 공매도를 이용한 시세조종이 의심된다며 조사 민원을 접수했다. 특정 기관과 외국인 등이 장기간에 걸쳐 공매도로 주가를 떨어트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주가행은 공매도 세력이 이미 구축해 놓은 공매도 포지션의 이득을 위해 주가가 오를 만하면 공매도를 대거 늘려 일부러 주가를 떨어트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매도는 타인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시장에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되 사 이익을 실현하는 투자법이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수록 이득이다.

이들 주장처럼 HLB와 HLB생명과학은 수 년째 주가가 우상향하지 못하고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HLB는 시가총액 4조원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함께 코스닥 제약 대장주로 꼽힌다. HLB생명과학 역시 시총 1조원 규모다. 올들어 2차전지와 엔터 등 다른 종목들이 크게 반등하는 동안 두 종목은 제자리 걸음을 하며 시총 순위는 내려왔다. 지난해 말 코스닥 시총 5위였던 HLB는 현재 JYP Ent. (60,300원 ▲200 +0.33%)에 자리를 내주며 6위로 밀렸다.

올해 HLB는 2만원 후반~4만원 사이 좁은 박스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HLB생명과학 역시 1만~1만2000원 사이 박스권이 지난해 9월쯤부터 현재까지 9개월째 지속 중이다.


주가가 박스권 상단에 닿으면 공매도가 늘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패턴의 반복이다. HLB는 지난 2월20일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이틀 뒤인 22일 공매도 비율(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 수량 비율) 12.13%를 기록했고 이날 주가는 7.7% 하락했다. 올해 코스닥150 구성종목 평균 공매도 비율(5.58%)의 2배에 달하는 공매도가 나오며 주가는 급락했고 HLB는 그 다음날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최근들어 그 정도는 더 심해졌다. 지난 5일 종가 3만8550원으로 박스권 상단에 다시 근접하자 그 다음 거래일인 7일부터 현재까지 매일 공매도 비율 10% 이상을 기록했다. 이 기간 평균 공매도 비율은 19.28%였고 주가는 17.9% 하락했다.

자회사 HLB생명과학도 마찬가지다. HLB생명과학은 지난 2월20일 17.6% 급등한 이후 2월22일부터 3월8일까지 매일 10% 이상 공매도가 나왔다. 이 기간 주가는 15% 떨어졌다. 이후에도 주가가 박스권 상단에 닿을 때마다 공매도가 늘면서 주가가 다시 떨어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주가하락이 이어지던 지난 15일에는 공매도 비율이 44.23%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체 거래의 절반에 공매도였단 의미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비율이 40%를 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올해 주가와 공매도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면 HLB의 상관계수는 마이너스(-) 0.16, HLB생명과학은 -0.6이다. 두 변수의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반비례 관계다. 공매도가 늘면 주가가 떨어진다는 사실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주가행 관계자는 "회사에 악재가 있거나 코스닥 지수가 빠진 것도 아닌데 공매도 세력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공매도로 주가를 점진적으로 하락시키고 있다"며 "시초가 형성 후 대량매도로 호가 무너뜨리기, 종가 동시호가 개입 등으로 주가 하락을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연이은 호재에도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HLB는 경구용 표적항함제 '리보세라닙'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9월 열린 유럽암학회(ESMO 2022)에서 HLB는 리보세라닙(VEGFR-2 저해)과 중국 항서제약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PD-1 저해)의 간암 1차 치료제 병용 임상 3상 결과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22.1개월로 대조군(15.2개월)보다 6개월 이상 길었다고 발표했다.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6일에는 FDA에 신약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국내 바이오기업이 자체 신약물질로 글로벌 신약 허가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HLB 관계자는 "리보세라닙은 병용 임상결과 현재 시판 중인 간암 1차 치료제보다 약효가 더 좋은 것으로 나왔다"며 FDA 허가를 자신했다.

HLB생명과학은 한국에서 리보세라닙 독점판매권을 보유 중이며 일본과 유럽에서는 개발 및 판매권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HLB와 HLB생명과학 모두 적자가 지속 중인 상태지만 글로벌 신약 판매가 시작되면 실적은 급격히 개선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모멘텀(주가 상승 재료)이 아닌 실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본격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국내 제약업체들의 반복되는 임상 실패로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유의미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했더라도 FDA의 승인 기준은 다를 수 있어 실제 승인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며 "판매 허가를 받더라도 기존 의약품과의 경쟁이나 시장 침투율 등 고려해야 할 요소는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