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美-이란 핵협상 재개 가능성…중동 정세에 미칠 영향은?

(모스크바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이 29일 (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서 “핵 협상 관련 대화의 창문은 아직 열려 있다"고 밝히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말부터 핵협상을 위한 미국과 이란 간 고위급 논의가 시작되고, 백악관 관계자들이 중재국 오만을 수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양국의 핵협상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프로그램의 현 수준 제한, 현지 수감 미국인 석방 등의 조건으로 이란의 해외 자금 동결을 해제하는 협상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실제 미국은 이라크에 동결 중인 이란 자금 27억 6000만 달러를 해제하기로 했으며, 향후 협상에 따라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수출 대금 70억 달러도 해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은 최근 미국-이란 간 핵협상 재개 가능성이 높아진 배경과 향후 협상 타결이 가져올 중동 정세 변화에 대해 전망해 봤다.

트럼프 때 폐기된 핵합의…지정학적 리스크에 복원 시도앞서 지난 2015년 7월 미국을 포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이사국과 독일은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신 각종 경제 제재 조치를 해제하는 포괄적 이란 핵합의(JCPOA)를 체결했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은 이에 반발해 핵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60%까지 상향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2021년부터 미국과 이란, 국제사회는 폐기된 JCPOA를 복원하기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이란 혁명수비대의 테러 조직 지정 해제, 이란 내 미신고 지역 핵물질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교착 상태에 빠졌다.

(빈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이란과 독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대표가 2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 핵 협상 복원 회의에 참석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그러다 최근 IAEA 조사관이 이란에서 농도 84%의 농축우라늄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제사회가 동요하기 시작했다. 핵무기에 사용되는 우라늄 농도는 90% 수준인데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핵무기 제조 가능 수준에 거의 도달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대로 이란 핵프로그램을 방치할 경우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기정사실이 되고 이란의 핵위협에 노출된 중동 지역은 핵무기 경쟁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이란의 핵무기를 용인할 수 없는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중동 지역의 전쟁 위험을 고조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핵협상 재개 움직임은 미국 바이든 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최악의 상황을 일단 막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핵협상 재개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해외 동결 자금을 돌려줄 경우 해당 자금이 중동 지역 친이란 무장 세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미국의 공화당도 이란의 핵활동을 엄격하게 통제하지 못하면 핵개발을 막지 못한 채 결국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풀어주면서 이란의 숨통만 틔워줄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중 사이 균형 맞추려는 중동…높아지는 핵협상 가능성현재 미국과 이란 정부는 국내외 반발 등을 우려해 협상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조율되면서 조만간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11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란의 원자력 산업 인프라가 유지된다면 서방과의 핵협상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발언해 핵협상 타결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박사는 "미국 중동 외교의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이란을 최소한 중립지대로 끌어오겠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라며 "이란도 경제난 속에 지속된 중국의 무리한 요구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고, 중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선택지는 미국뿐이다"라고 설명했다.

(AFP=뉴스1) 김민수 기자 = 지난 2019년 11월4일(현지시간) 이란 원자력 기구가 공갱한 원자력 농축 시설 나탄즈 핵 연구 센터의 모습. 2019.11/04/뉴스1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현도 서강대학교 유로메나 연구소 교수는 "이란과 미국의 핵협상은 변수가 너무 많아서 현재로선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며 "바이든 정부는 일단 사우디 정부와 의견 조율을 거칠 것으로 보이지만, 이스라엘은 근본적으로 이란에 대해 불신이 깊어 협상이 체결된다고 해도 핵무기 보유를 막을 수 없고 언제라도 이란을 공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핵협상 타결이 중동에서의 미중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렵다"며 "사우디나 이란 등 중동 국가들은 기존 강대국 중심의 질서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국익에 맞는 독자적인 외교를 추구하고 있고, 자국의 필요에 따라 미국과 친해지기도 하고 중국과 친해지기도 하는 게 외교 전략이다"라고 강조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타결된다고 해도 큰 반향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JCPOA보다는 훨씬 약한 미니 딜이고, 이란의 핵능력 고도화를 지금 단계에서 일단 붙들어놓는 것으로는 궁극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인 교수는 "다만 미국과 이란 양국 모두 서로 상대의 리더십 변화를 염두에 두며 게임을 하는 판이라 상상 외의 협상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