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 난민으로 큰 로아, 이번엔 검사로 이동? 펄어비스 '들썩'

스마일게이트의 인기게임 '로스트아크'가 소통 부족과 중국판 검열 패치 문제 등으로 논란을 일으키면서 이용자들의 대거 이탈 조짐이 보인다. 최근 경쟁 게임인 '검은사막'의 이용자가 갑자기 급증한 것도 로스트아크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덕분에 검은사막 개발사인 펄어비스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검은사막 PC버전에는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서버 대부분이 혼잡 혹은 매우혼잡 상태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 전문 사이트 게임메카의 게임순위에서도 검은사막은 7월 첫째주(6월28일~7월4일) 11위에 올라 전주 대비 8계단 급상승했다. 출시된지 8년이 지난 게임의 순위가 급격하게 역주행하는 건 게임업계에선 보기 드문 일이다.


지난 1일 펄어비스가 '검은사막 페스타' 행사를 통해 대규모 업데이트를 발표한 것이 호평을 받으며 다시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펄어비스는 올해 상반기 주요 업데이트였던 '아침의 나라'의 후속 콘텐츠와 몽상마 업데이트, 사냥터 개선, PvP(이용자 대 이용자 대결) 업데이트 등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경쟁 게임 로스트아크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이용자들의 실망감이 커지면서 검은사막으로 이용자들이 일부 옮겨간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한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 장르의 게임으로 2018년 11월 정식출시됐다. 블리자드사의 인기 게임인 디아블로 시리즈와 유사한 핵앤슬래시 장르로 출시 첫날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출시 일주일만에 동시접속자수는 35만명을 넘었다. 글로벌 PC게임 플랫폼 스팀 출시 직후에는 동시접속자 132만명을 돌파하며 배틀그라운드에 이어 역대 2위에 오르는 등 인기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로스트아크는 콘텐츠 업데이트 부재와 미흡한 소통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이 축적되고 있었다. 이 와중에 지난달 28일 업데이트에서 개발진의 실수로 중국판 게임에 적용돼야 할 캐릭터 디자인이 한국 서버에 적용되며 이용자들의 불만은 폭주했다. 게임사가 중국 당국을 의식해 한국 서버에도 중국판 검열 캐릭터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개발진은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지만 민심을 돌이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스마일게이트가 로스트아크의 중국 출시에 집중해 오면서 한국 이용자들을 소홀히 했다는 서운함이 크게 작용했다.

공교롭게도 이 사태 이후로 검은사막의 이용자들이 크게 증가했다. 한 증권사의 A연구원은 "최근 로스트아크의 미흡한 운영으로 실망한 이용자들이 상당수 검은사막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은사막 대규모 업데이트로 인한 복귀 유저들의 증가도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게임업계는 로스트아크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게임은 이용자들의 팬덤과 충성도가 중요한만큼 게임 운영에 실망한 이용자들이 이탈하기 시작하면 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로스트아크가 수많은 이용자들이 즐겼던 게임이라는 점에서 이탈 유저의 증가는 다른 경쟁 게임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로스트아크가 타 게임의 이탈 이용자로 인해 반사 수혜를 입은 대표적 사례였다. 2021년 넥슨의 인기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에서 확률조작 사건이 벌어졌고 이에 실망한 이용자들이 대거 이탈해 로스트아크로 옮겨왔다. 당시 로스트아크의 신규 이용자들이 급격히 늘면서 '로스트아크 난민'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였다.

덕분에 로스트아크의 개발·운영사인 스마일게이트알피지의 실적도 급격히 늘었다. 2020년 835억원이던 매출액은 2021년 4898억원으로 6배 늘었고 영업이익은 68억원에서 3055억원으로 1년 만에 45배 급증했다.

만약 최근 일련의 사태로 로스트아크 이용자들이 대거 이탈한다면 검은사막이 가장 큰 수혜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로스트아크와 장르가 유사할 뿐더러 꾸준한 콘텐츠 업데이트와 소통으로 최근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A연구원은 "아직은 로스트아크 사태가 벌어진 초기라 이탈 유저들의 검은사막 유입이 지속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펄어비스는 내년 신작 '붉은사막' 출시와 검은사막의 최근 업데이트 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