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화학 정리→배터리 등 투자 확대'…LG화학의 위기탈출 공식

LG화학의 테네시 양극재 공장 예상 조감도

LG화학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범용 화학 부문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차전지 소재 부문도 시황 악화 등의 영향을 받는다. 저수익 석유화학 사업을 정리하면서 마련한 자금을 미래 신사업에 꾸준히 투자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헤쳐나간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27일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61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9% 줄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14조5415억원으로 18.8%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 등을 제외한 직접 사업 영업이익은 968억원에 그쳤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영업손실 127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화학 제품 수요 부족과, 대규모 범용 화학 부문 증설을 단행한 중국의 과잉 공급이 겹쳤다. 차동석 LG화학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이날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석유화학의 경우 저조한 시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지재료 사업은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세의 둔화와 메탈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3분기 전망도 좋지 않다. 2분기에 급락한 메탈 가격이 제품 판가에 본격 반영돼 전지재료 사업의 매출과 수익성이 감소할 게 유력하다. 주력 제품인 양극재의 경우 판가가 20% 하락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사업구조 혁신에 더욱 속도를 낸다. 변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차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의 매출 비중을 지난해 21%(6조6000억원)에서 2030년 57%(40조원)로 확대하는 작업을 흔들림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기존에 천명한 대로 범용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범용 보다는 고부가가치 소재 쪽에 집중하는 방향이다. 태양광 패널 필름용 소재(POE), 탄소나노튜브(CNT) 등에 거는 기대가 크다.

LG화학 여수 탄소나노튜브(CNT) 공장 전경

회사 관계자는 컨콜을 통해 "저수익 석유화학 사업에 대해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검토 중에 있다"며 "성장성이 둔화된 비핵심 자산에 대해서는 '자산 합리화' 등을 통해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임대, 지분 일부 매각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범용 사업을 정리하고, 그렇게 마련한 돈을 신성장 동력에 투입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여수 NCC(나프타분해설비) 2공장 매각설 등에 대해서는 "결정된 게 없기에 답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이차전지 소재에 대한 투자도 지속한다. 핵심 소재인 분리막의 경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을 받기 위해 올해 내에 현지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면 2029년 100% 현지화를 이뤄야 하는데, 2027년까지 북미 현지 공급체계를 마련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양극재의 경우 라인업 다양화를 추진한다. LFP(리튬인산철)와 미드니켈은 2026년, 망간리치는 2027년 양산을 하는 게 목표다. 전고체 배터리용 양극재도 개발 중이다. 실리콘 음극재, 전고체 전해질 등 다양한 소재 역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올해 내에 몇 개 업체와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 외에 다른 업체들과 제2서플라이어에 들어가는 방식 등을 통해서 고객을 다변화하는 방식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래 성장을 위한 3대 신성장 사업 육성을 통해 위기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바꾸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