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당 1800원 향하는 휘발윳값…유류세 인하 또 연장되나

(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10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702.56원을 기록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경유 가격 역시 전날보다 11.96원 오른 리터당 1539.44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유가 정보판 모습. 2023.8.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달 말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를 앞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진다. 잠잠하던 기름값이 최근 다시 들썩이며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10개월 여만에 리터(ℓ)당 1700원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올해 세입 기반이 크게 악화된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다음달부터는 유류세 인하폭을 줄여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물가 안정과 민생 경제 부담 등을 볼 때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하거나 인하율을 낮추기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주 전보다 41.03원 오른 리터당 1717.67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지난해 9월27일(1705.43) 이후 약 10개월 만에 최근 다시 1700원대로 뛰어 올랐다.

전국 경유 평균 판매가격도 전주보다 리터당 72.23원 오른 1568.97원을 기록했다.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한 달 새 200원 가까이 오르며 지난 6일부터 1500원대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기름값이 오른 것은 국제유가 상승 때문이다. 미국 원유 재고 감소,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 영향으로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다. 두바이유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87.86달러를 기록했다. 약 3개월 만에 배럴당 85달러를 돌파했다.


문제는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 기한이 이달 말 도래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을 고려해 2021년 11월 유류세 인하(휘발유·경유·LPG부탄 각 20%)를 시작했다. 이후 총 4차례의 일몰 기한 연장과 인하율 조정을 거쳐 현재 휘발유는 25%, 경유와 LPG부탄은 37%의 인하율을 각각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른 리터당 가격 인하 효과는 △휘발유 205원 △경유 212원 △LPG부탄 73원이다.

지난달말까지만 해도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예정대로 종료할 것이란 게 일반적 전망이었다. 올해 들어 세입 기반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누적 국세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9조7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유류세 인하 조치 등으로 줄어든 세금(교통세)은 작년 한 해만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상반기 기준 작년보다 7000억원의 교통세가 덜 걷혔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유류세 인하 조치를 중단한다면 연말까지 적어도 수조원 규모의 세원 확대 효과를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꿈틀거리며 정부의 이러한 계획은 꼬이게 됐다. 앞으로 국제유가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높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90달러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반기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의 감산이 수급에 반영되고 미국 전략비축유SPR)의 재매입이 재개될 것으로 보여 향후 국제유가의 상방 위험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유가 상승분은 2~3주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반영된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분이 반영돼 휘발유·경유 가격 오름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조치가 중단되면 리터당 휘발유 가격이 1900~2000원, 경유 가격이 1700~1800원대로 오르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중료하기보다는 연말까지 연장하거나 인하폭을 소폭 줄이면서 중단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 등은 정해진 바 없고 현재 검토 중"이라며 "8월 물가 추이와 국제유가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