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후 해상풍력 매출 85%…한국 시장 개화 노린다"

이진상 HSG성동조선 대표/사진제공=HSG성동조선

"2026년엔 해상풍력 사업 매출 비중을 85%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그 시점에는 지금과 완전히 다른, 재생에너지 기업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

이진상 HSG성동조선 대표는 지난달 24일 경상남도 통영시 본사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조선업 임가공은 지금까지 받은 일감만 처리하고 줄여나갈 예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삼성중공업에서 40년 근무한 조선업 '베테랑'인 그는 옛 성동조선해양이 HSG중공업에 인수 돼 'HSG성동조선'으로 이름을 바꾼 2020년 말 생산총괄 담당자로 합류해 지난해 7월부터 회사 전체를 이끌고 있다. 아직 사명에 '조선'이 있지만 3~4년 후엔 해상풍력 및 연료 탱크 사업 위주로 재편한 새로운 기업이 될 거란 게 그의 설명이다.


-HSG성동조선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3년이 지났다.
▶인수 직후인 2020년은 팬데믹 기간이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는 등 본격적인 대응이 어려웠다. 일단은 삼성중공업과 협업을 했다. 테라 블록(선박 전체 크기의 약 절반에 달하는 초대형 블록) 물량을 수주해 야드에 채웠다. 그러던 중 조선 업종이 수주 호황 국면에 들어갔다. 하지만 HSG성동의 경우 인력 구조가 조선업에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선업황이 안 좋았던 기간 이 분야에서 일 하던 인력이 타업종으로 이미 진출했는데 인력을 새로 확충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래서 임가공 형태 진행을 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을 고민했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된 계기는
▶신사업 분야를 모색하면서 선진국의 흐름이 재생에너지 쪽으로 가고 있는 걸 파악했고, 이 중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았다. 해상풍력 분야 사업과 에너지 저장용 탱크 제작이 우리가 기존에 보유한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HSG성동조선은 기본이 조선사고, 설비 대부분도 조선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조선업은 기본적으로 노동 집약적 산업이고, 인구 증가율이 둔화하는 한국에서 조선업에 새로 설비를 투자하고 집중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봤다. 그래서 현재의 설비와 땅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고, 그 결론이 해상풍력이었다. 해상풍력 분야는 공장을 소규모로만 개조해도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 한국 해상풍력 시장도 2026년부터는 개화할 것으로 봤다. 2026년 이전까지는 가장 근접해 있는 국가 중 해상풍력을 하는 대만 시장을 노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료 탱크의 경우 향후 10~30년은 LNG가 뜨고, 궁극적으로는 수소가 될 걸로 봤다. 또 수소로 가기까지 암모니아 등이 쓰일 것으로 봤다. 기술 습득을 해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 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

사진제공 =HSG성동조선

-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하부구조물 시장에는 어떻게 진입할 수 있었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은 보수적인 시장이다. 아무런 트랙레코드 없이 들어가는 건 불가능했다. 처음엔 현대스틸이 수주한 물량 중 19개를 우리가 임가공 형태로 받아 와 우리 야드에서 만들었다. 그게 2021년도였고, 첫 실적이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기업들과 해야 실적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세계 최대 개발사인 오스테드의 대만 프로젝트를 집중 공략 했고, 올해 오스테드와 직접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는 이 분야에서 신생 기업이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 오스테드와의 공급계약 체결은 우리로서는 굉장히 큰 이정표다. 세계 최대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건 시장에서의 평가가 이뤄졌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한국 및 일본 프로젝트 개발사와도 계약을 조율 중이다.


-해상풍력 사업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에서 해상풍력 사업 비중이 올해는 약 40%로 예상되는데, 2026년에는 이 비중을 85%, 수주액 기준 약 1조 7000억원까지 끌어 올리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해상풍력 사업으로는 하부구조물 제작과 함께 야드에서의 터빈 조립, 해상변전소 제작 등을 추진할 것이다. 2026년 나머지 매출의 15%도 연료 탱크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시장 판도에 따라 제작 대상이 되는 탱크의 종류는 달라질 것 같다. HSG성동조선은 국내 최초 설치선 건조도 했다. 해상풍력에 관계되는 모든 사업에 대해 열어 두고 도전할 예정이다. 2026년 시점이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재생에너지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조선업 임가공은 받은 일감만 처리하고 극단적으로 줄여 나갈 예정이다.

-2026년께로 시점을 목표한 이유는.
▶한국 해상풍력 시장 개화가 2026년께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서다. 동해의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를 포함, 2026년 이후에는 근본적으로 한국에서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이 집중적으로 생길 거라 보고 있다. 그 때까지는 대만 시장에서의 추가 수주를 노력하고 있다. 2030년경에는 일본의 수요가 급증할 걸로 본다. 일본이 하부구조물 제조 시설이 부족해서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여지가 상당히 있을 것이다.

-해상변전소(OSS) 시장 참여 계획은.
▶내년경 응찰할 계획이다. 단독으로 들어가거나 해외사·국내사와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가는 것 모두 검토 중이다. 해상변전소 시장은 진입할 수 있는 기업이 제한적이라고 본다. 해상변전소 한 기는 높이가 150m, 중량은 최소 7000톤에서 최대 1만2000톤이다. 이 정도 높이 및 중량의 구조물을 단일한 구조물로 만들어야 한다. 만들려면 기술, 공급망과 함께 제작 할 수 있는 넓은 야드가 필수다. 야드 측면에서 기존 조선 빅3와 현재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제작하는 기업들이 가능한데, 빅3는 조선 수주 호황으로 야드가 다 차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공급자가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해상변전소 제작의 경우 기술은 유럽이 가장 강하고 실제 제작은 싱가포르에서 주로 이뤄진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 지역이 싱가포르로 제한돼 있어 한국이나 인근에서 발생하는 수요까지 담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