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조선의 새 먹거리 '메탄올 시대'가 열린다

메탄올이 차세대 선박 연료로 뜬다.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이 울산에서 건조돼 고객사에 전달된 것이 시작이다. 기술력 측면에서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일본 등도 메탄올 추진 선박에 공을 들이고 있어 치열한 점유율 다툼이 예상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메탄올 추진선은 2016년 HD한국조선해양이 인도한 PC선이다. 소규모 PC선 중심으로 건조됐던 메탄올 추진선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해상 규제가 강화돼서다.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 배기가스의 황산화물 함유량 규제책인 'IMO 2020'을 시행했다.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해상 환경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고 대형 해운사를 중심으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주문이 늘었다. 컨테이너선의 주류 연료가 메탄올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메탄올 추진선 건조 기술이 가장 앞선 한국의 수주 물량이 크게 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에 인도한 선박을 포함해 작년과 올해에만 총 43척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물량을 확보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1만6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6척을 3조9000억원에 수주했다. 단일 계약 사상 역대 최대 규모 친환경 선박 수주 실적이다. HJ중공업도 2척의 수주고를 올렸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주된 117척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가운데 절반 이상인 61척이 국내 조선사 몫이다.

노르웨이 글로벌에너지 컨설팅업체 DNV분석에 따르면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은 올 연말까지 30척 보급되지만 2030년에는 200척 이상이 될 전망이다. 메탄올보다 더욱 친환경적인 LNG의 경우 영하 163도 이하에서만 보관할 수 있지만, 메탄올의 경우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 메탄올 수요 확대에 대비해 북유럽·남미·중국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메탄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메탄올 가격 역시 더욱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메탄올 추진체를 찾는 선주들 역시 점차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새로운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조선 3강' 한·중·일의 경쟁 또한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LNG 운반선의 경우 한국이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석권했지만, 메탄올 추진선은 이보다 기술적 허들이 낮아 중국·일본 기업도 주력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올 2분기 발주된 9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2척을 가져갔다. 일본은 친환경 추진선을 통해 자국 조선산업 재부흥을 이끈다는 청사진을 수립했다. 메탄올이 주류 선박 연료로 부상하면서 핵심 기술 내재화는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메탄올 추진 엔진 원천기술을 보유한 곳은 독일 만(MAN)이다. LNG 운반선의 화물창과 마찬가지로 선박을 수주·건조할 때마다 만 측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환경규제 강화로 인해 다양한 선종의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각 조선사 도크가 한정됐기 때문에 모든 수요를 한국이 차지할 순 없다"며 "고수익 선박 시장에서 경쟁국 대비 우위를 유지하고 제한된 도크에서 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원천기술 확보가 국내 조선산업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