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만나는데…韓보도만 조용히 따라 쓰는 中 속내는

김정은 방북 소식을 북한 조선중앙통신 영상을 인용해 전한 환구시보./사진=환구시보 캡쳐

중국 입장서는 '문제아 두 동생' 격인 북한과 러시아 간 정상회담 수순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 관영언론의 보도 수위가 예상보다 매우 낮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나마도 대부분 내용을 서방언론 보도를 인용해 전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 사안이 중국과 긴밀하게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방러를 보는 중국의 복잡한 시선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12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러시아 크렘린궁 공보국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김정은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러시아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러시아 대통령 공보관의 발언을 인용해 김정은과 푸틴이 10~13일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이후 별도의 시점에 만날 거라고 아울러 전했다.


김정은의 방러를 대하는 중국 관영언론의 보도 열기는 눈에 띄게 낮다. 환구시보는 주력보도 영역을 벗어난 메인화면 측면 하단에 기사를 배치했고, 대표 관영언론인 인민일보 영문판 사이트 첫 화면엔 이날 오전 현재 아예 김정은-푸틴 관련 보도가 없다.

그나마 이뤄진 환구시보 보도도 직접 취재가 아닌 인용 릴레이다. 환구시보는 한국 언론이 인용한 한국 정보당국 관계자 발언을 재인용해 "북한 지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탑승한 열차가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다른 한국언론 보도를 인용해 "김정은의 전용열차가 11일 평양을 출발해 러시아 국경으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러시아 해안지역 지방언론 보도를 인용해 "북-러 간 철도가 들어오는 첫 번째 역인 하산역에 레드카펫이 설치됐고 경찰력도 강화됐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다시 한국 언론을 인용해 블라디보스토크 내에 경찰력과 군견 등이 배치됐다고 보도했고, 러시아 언론을 인용해 러시아 측이 김정은 영접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의 인용보도는 한국과 러시아 언론에 그치지 않는다. 김정은과 푸틴 간 회동이 어디서 이뤄질지를 추측하는 대목에서는 지난주 뉴욕타임스(NYT)의 보도까지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동했던 러시아 동방우주발사장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어디서 만나는지도 모르고, 어디서 만날지에 대해서도 정보가 없다는 의미다.

두 사람의 만남 배경에 대해서도 다시 서방 언론을 인용했다. 다른 한국언론 보도를 따와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무기거래와 연합훈련, 에너지 및 식량 문제가 중점 논의될 것"이라며 "무기거래 관련 기술협력 문제에 가장 시선이 집중된다"고 보도했다. 또 AFP를 인용해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향 군사행동을 여러 차례 지지했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은 전날 김정은의 출발 속보가 연이어 보도됐던 시점에도 한국의 한 보도채널을 인용한 영국언론 스카이뉴스를 재인용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북한과 러시아 최고지도자 관련 국제이슈는 물론 북중러 관련 이슈마다 만평과 칼럼으로 지원사격했던 중국 관영매체들의 보도 형태를 감안하면 의아할 정도다.

한 재중 외교소식통은 "정보가 없다기보다는 중국 내에서 화제로 만들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김 위원장의 방러 내용은 중국 측에 사전 공유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 관영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지 않는 것은 김 위원장의 방러를 보는 시진핑 행정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서 보면 북러 간 밀착은 양날의 칼이다. 북러가 지속적으로 서방을 긴장시켜주면 시진핑은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 두 동생이 통제 불가능한 영역까지 가버릴 경우 은근히 신경쓰고 있는 미중 간 관계개선은 사실상 물건너갈 수 있다.

다른 재중 외교소식통은 "아직 중국의 공식 루트를 통해 이번 김정은 방러에 대한 메시지를 공유받은 내용은 없다"며 "실질적으로 어떤 성과를 내며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중국 정부의 반응의 톤도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