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시 찾아온 프랜차이즈의 기회와 위기

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사진제공=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최근 우리 협회가 주최하는 국내 최대 'IFS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코엑스 C홀에 마련한 250개 브랜드 580개 규모 홍보부스는 3일 내내 몰려오는 창업 희망자와의 상담으로 분주했다. 기대를 넘어선 뜨거운 창업 열기에 프랜차이즈 업계의 마음과 움직임이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산업인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듯이 상황이 급반전되고 있다. 박람회 직후 국회 국정감사에 가맹본사 대표들이 소환됐다. 본사가 점주에게 공급하는 필수품목의 지정과 가격의 적정성 여부가 핵심이었다. 언론보도와 점주단체의 일부 사례로 본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싸잡아 질타를 당했다.


국감 직전 공정거래위원회는 필수품목 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일부는 시행령과 고시로 선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도 즉시 가맹계약서에 필수품목 항목과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포함하도록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머지 않아 가맹본사가 필수품목을 변경할 때마다 가맹점과 가맹계약서를 새로 체결하는 모습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언론과 국회가 지적한 일부 불공정 사례들은 공정위가 조사 중이니 합당한 처분이 내려질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일부의 잘못을 이유로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실책이 재현될까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프랜차이즈 모범거래기준'이 대표적이다. 당시 공정위는 기존 가맹점주의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커피, 치킨 등 5개 업종에 500m 거리제한을 뒀다. 그 후 국내 커피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국내 브랜드들이 출점 거리제한으로 손발이 묶인 반면 직영점만 운영해 치외법권에 있던 스타벅스는 막대한 자금력으로 시장을 넓혀나갔다.

국내 브랜드들이 연이어 도산하자 공정위는 2014년 이 기준을 폐기했다. 그 사이 1위 스타벅스와 2~3위 국내 브랜드의 매출 격차는 7배까지 벌어졌다. 이제는 스타벅스가 좋은 상권을 선점하고 있어 사실상 국내 브랜드들이 다시 따라 붙는 일은 물 건너 간 상황이다.


한 번 만들어진 규제는 쉽게 되돌리기 어렵다. 프랜차이즈 규제도 제대로 된 영향평가 없이 섣불리 도입됐다가는 영세 중소기업이 97%인 업계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개선 대책에 대해 업계에서는 소비 트렌드가 급변하는 현실에서 필수품목이 변경될 때마다 협의하고 계약을 체결하라는 것은 신메뉴 개발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한다. 개발에 뒤쳐지는 브랜드는 경쟁력을 잃고 결국 그 피해는 가맹점에게도 돌아간다. 가맹점이 수백, 수천이 되는 가맹본사들은 연중 계약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막대할 것으로 우려된다.

노자 도덕경에 약팽소선(若烹小鮮)이라는 말이 있다. 국정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이 조심스럽게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꺼번에 제도를 바꾸거나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프랜차이즈 산업 구조와 환경은 매우 복잡다기해 약자 보호라는 선의의 정책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부 당국과 국회의 신중한 정책적 고민과 판단,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업계와의 대화를 요청드리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