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유혹에 군복 입은 대학생, 美 해군 최초 女참모총장 되다

리사 프란체티 신임 미 해군 참모총장./로이터=뉴스1

"매달 100달러에 장학금" 유혹에 군복 입고 참모총장까지미 해군 리사 프란체티 제독이 2일(현지시간) 상원 인준을 받아 해군 참모총장으로 정식 임명됐다. 여성이 미 해군 참모총장으로 취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날 찬성 95대 반대 1표로 프란체티 해군 참모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 절차를 진행했다. 원래 군 장성 인사는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일괄 처리하는 게 관례이나 공화당 토미 튜버빌 의원이 어깃장을 놓아 한 명씩 인준 절차를 처리 중이다. 튜버빌 의원은 여성 군인에 대한 중절 수술 지원을 중단하지 않으면 인준 절차에 협조하지 않겠단 입장이다.


프란체티 총장은 미국 언론계의 산실로 불리는 노스웨스턴 대학 메딜 스쿨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원래 중동분야 전문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신입생 OT(오리엔테이션) 직후 해군 ROTC 생도들의 바비큐 파티장을 지나다 군인으로 진로를 급선회했다. ROTC에 들어오면 매달 100달러에 장학금까지 보장된다는 말에 주저없이 군복을 입었다는 것.
트럼프 행정부서 시리아 폭격임무 수행… 현장 전투병과 두루 거친 베테랑프란체티 총장은 1985년 임관 후 전투함을 보조하는 보조함정에서 임무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미 의회는 여군을 전투함이나 전투기에 배치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1994년 의회가 여군 배치 제한을 철회하면서 프란체티 총장은 구축함으로 재배치됐다. 이후 USS 스타우트, USS 조지워싱턴 항모강습단, 핵추진 항공모함 USS 존 스테니스 등에 승선해 전투병과 임무를 수행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프란체티 총장은 지중해와 대서양 동부를 관할하는 제6함대 사령관을 맡아 토마호크 미사일로 시리아를 폭격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목표물 근처에 러시아 군이 주둔해 있어 오폭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었으나, 프란체티 총장 지휘 하에 작전은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2010년 여성 최초로 항모강습단 단장을 맡아 화제였던 노라 타이슨 예비역 부제독은 "성별을 떠나 프란체티 총장이 적임자"라고 평했다. 타이슨 부제독은 "다재다능한 최고의 인재"라며 "리더십이 풍부하고 동맹국, 파트너들과 협업한 경험이 많다"고 했다. 타이슨 부제독은 미 해군 제3함대 사령관 재임 당시 휘하에 프란체티 총장을 제9항모전단장으로 두고 있었다. 이때 이례적으로 프란체티 총장에 1개 전단 추가 지휘를 맡길 만큼 그를 압도적으로 신뢰했다고 한다.


"소리지르고 욕할 필요 없다" 온화한 리더십 소유자미군 유럽사령부 해군사령관을 지냈던 제임스 포고 예비역 부제독은 2020년 이탈리아에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때 프란체티 총장의 리더십으로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프란체티 총장이 주한 미해군 사령관을 역임했을 당시에도 동맹국들과 매우 긴밀히 소통하며 협력했다고 평했다.

포고 부제독은 프란체티 총장을 따뜻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좋은 리더가 되려고 목소리를 내리깔 필요도, 소리지를 필요도 없다. 욕을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지도하면 된다"는게 프란체티 총장의 지론이다.

예비역 론 박셀 부제독은 합동참모본부 산하 부서에서 프란체티 총장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면서 "프란체티 총장은 합참에서 근무한 덕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나 군 정책상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많은 지식을 습득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참모총장 인준으로 프란체티 총장은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합동참모회의의 정식 일원이 된다.

타이슨 부제독은 이번 인사로 여군들의 사기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했다. 타이슨 부제독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젊은 여군들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며 "하나는 여성도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 해군은 적재적소에 적임자를 배치하는 조직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프란체티 총장은 주한 미해군 사령관 재임 당시 숙명여대를 찾아 여군 리더십과 워라밸(직장생활과 일상의 균형)에 대해 강의하고 ROTC 생도들을 독려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