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D-1년…여론조사 보니 '내란범'이 차기 대통령?

[휴스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텍사스주 휴스턴의 트렌드세터 엔지니어링 앞에서 선거 유세하면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그의 연설에 환호했다. 2023.11.03.

미국 대선을 1년 앞둔(2024년 11월5일 선거) 가운데 주요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다만 트럼프의 재선 '자격'을 두고 각 주마다 다른 판결이 나올 경우 대혼란이 예상된다. 또한 두 후보 모두 호감도가 낮아 제3의 후보 등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5일(현지시간) 공개된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은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등 격전지 6개주 중 5곳에서 트럼프에 4~10%p(포인트) 차이로 밀리고 있다. 위스콘신 주에서만 트럼프를 2%p 앞섰다.


미국 대선은 국민들이 선거인단을 뽑고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은 구조인데, 주별로 이긴 후보가 인구 비율대로 지역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독식하게 돼(2개 주 제외) 경합 지역에서 승리하는 것은 당락을 가르는 데 매우 중요하다. 내년 11월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트럼프는 백악관 재입성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총 선거인단 538명)을 훨씬 웃도는 300명 이상을 확보할 전망이다.

이번 조사는 10월 22일부터 11월 3일까지 3662명의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 오차 범위는 1.8%p 안팎이다.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선거(2020년) 때 지지층인 다인종 그룹에서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점이 눈길을 끈다. 30세 미만 유권자들은 단 1%p 차이로 바이든을 더 지지했고, 히스패닉 유권자들 사이에선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도시 지역 바이든의 우위 수준은 농촌 지역 트럼프 우위의 절반에 불과했다. 남성의 트럼프 지지율은 62%에 달하고, 여성은 아직 바이든을 선호했지만(바이든 47% vs 트럼프 46%) 압도적 표 차이로 이어졌던 민주당의 전통적 '성별' 우위는 사라졌다. 민주당 텃밭이었던 흑인 유권자들도 경합 6개 주에서 트럼프를 22%나 지지해 전례 없이 높은 공화당 지지율을 보였다.


NYT는 "이는 두 정당 간 놀라운 인종 재조정의 신호로, 인종적으로 다양할수록 바이든 지지율이 떨어졌고 6개주 중 백인 지역에서만 대통령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응답자 3분의 2는 미국이 그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고, 다수가 바이든의 정책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바이든(81세)과 트럼프(77세)는 불과 네 살 차이인데도 71%가 바이든이 대통령직을 맡기엔 "너무 늙었다"고 답한 반면 트럼프에 대해서는 19%만 같은 답변("너무 늙었다")을 했다. 경제 문제에선 바이든과 트럼프의 격차가 59%와 47%로 더 드라마틱하게 벌어졌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모기지 접근성이 멀어진 탓이다. 여기에 이스라엘 편에 기운 최근 중동 분쟁에 대한 정책은 바이든 지지율 불안감에 부채질을 더했다. 심지어 6개의 경합주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 바이든 외 다른 민주당 후보가 출마할 경우 어떤 후보든 바이든보다 더 높은 민주당 후보 지지율을 보였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가 네 차례 형사 기소돼 2024년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나온 터라 더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같은 날 공개된 CBS 조사(10월30~11월3일 진행) 결과에서는 바이든 48%, 트럼프 51% 지지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했다. 45%는 트럼프 승리 시 개인 재정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고, 바이든 승리 시 그럴 것으로 본 사람은 18%에 불과했다.

역시 이날 공개된 ABC뉴스와 입소스의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 모두 선호도가 낮게 나왔다. 바이든에 대한 응답자의 선호도는 33%, 트럼프 선호도는 29%에 그쳤다. 흑인 유권자집단에서 바이든의 선호도는 49%, 히스패닉계에서는 33%로 2020년 바이든 당선 당시보다 확연하게 낮아졌다. 역시 미국인 76%가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고 경제와 인플레이션 해결 면에서 공화당이 더 잘 할 것이라고 답했다.

양대 후보의 비호감이 높아지면서 미국에서는 제 3후보를 넣은 여론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정치 통계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민주당 출신으로 얼마 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변호사를 포함한 3자 대결 여론조사가 지난달 5차례 있었는데 평균적으로 바이든 40%, 트럼프 38.8%, 케네디 14.6%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중 최근 조사인 퀴니피액대 조사(10월26~30일)에서 케네디는 22% 지지율을 얻었다.

트럼프 지지율이 높아지자 그의 재선 자격을 두고 사법계의 고심도 깊어진다.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는 수정헌법 14조 '내란법'에 따라 공직 보유가 금지될 수 있다. 나탈리 허드슨 미네소타 대법원장은 일부 주에서 트럼프를 내년 대선 후보에서 배제하고 다른 주에선 허용한다면 말 그대로 대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허드슨 대법원장은 "우리가 (트럼프 후보 배제) 할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해야 할까"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