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대박" 국내로 역주행한 '조선미녀' '좀비팩'…격변의 K뷰티

올리브영 입점 화장품, 색조화장, 클리오, 에뛰드, 바닐라코, 에스쁘아, 헤라, 맥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국내 화장품 1세대(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와 2세대(네이처리퍼블릭, 더페이스샵, 미샤, 스킨푸드 등)를 잇는 3세대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조선미녀, 스킨1004 등 국내에선 이름도 생소한 이 브랜드들은 해외에서 먼저 인지도를 쌓고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전례없는 사업 모델로 눈길을 끈다.

28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먼저 유명세를 얻어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 등 국내에 진출하는 화장품 브랜드의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조선미녀와 스킨1004 등이다.


조선미녀는 올해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브랜드 중 한 곳이다. 틱톡 등 미국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 중 한 곳으로 떠오르면서다. 인기에 힘입어 조선미녀는 지난해 8월 명동에 위치한 올리브영 매장에 진출했고 첫 입점 후 매월 매출이 30%가량 뛰었다. 지난 9월에 쟁쟁한 브랜드들을 제치고 국내 면세점에도 입점하면서 대세 브랜드임을 입증했다.

스킨1004도 이와 유사한 사례다. 스킨1004는 2014년 국내 회사가 론칭한 스킨케어 브랜드다. 2017년 화장품 업체인 크레이버가 인수해 사업을 전개중이다. 론칭 초기 국내 영업에서 어려움을 겪은 스킨1004는 2015년부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얼굴에 팩을 바르면 주름이 지면서 좀비 같아진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붙인 '좀비팩'을 비롯해 마다가스카산 원산지를 강조한 '센텔라 앰플' 등 독특한 컨셉의 제품으로 해외 온·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한 것.

그 결과 스킨1004는 미국 아마존 등에서 인기 브랜드로 등극했다. 지난 7월 11~12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진행된 아마존 할인 행사인 '프라임데이'에선 스킨1004의 제품이 선크림 부문 1위에 올랐다. 이 제품은 국내 선크림의 장점으로 꼽히는 스킨케어 제형의 부드러운 사용감을 잘 살린 것이 특징이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해당 세럼의 판매량은 83만개에 달한다.


현재 스킨1004의 전체 매출의 90%는 해외에서 발생한다. 주요 매출처는 미국이다. 미국 내 최대 e커머스인 아마존에서 인기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올해 10월까지 스킨1004의 미국 매출은 113억원으로 작년(39억원) 대비 약 186% 성장했다. 스킨1004의 올해 10월까지의 누적 매출액 413억원 중 27% 가량이 미국에서 발생한 셈이다. 국내 유명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으로 향할때 선제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올해에만 스킨1004는 과테말라, 나이지리아, 레바논, 오만 등 남미와 중동 지역 22개 국가에 신규 진출했다. 총 판매국가는 93개국에 달한다.

해외에서 인기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면서 국내 유통 채널의 손길도 이어졌다. 지난해 2월 올리브영 글로벌몰에 입점한 스킨1004는 꾸준한 매출 신장을 보이며 지난 4월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했다. 지난달 기준 스킨1004 제품 판매 매장 수는 870개까지 늘었다. 해외에서 쌓은 인지도를 토대로 국내에서도 영업망을 확장하고 있다.

크레이버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소비자가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는 브랜드 컨셉은 물론 접근성 높은 가격대 설정을 위해 많은 시장 조사를 거쳤다"며 "해외 뷰티 유튜버가 스킨1004 제품을 언급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진만큼 국내 접점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