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수소터빈 기업' GE가 韓 수소시장 뛰어든 이유

오트만 베나마르 GE베르노바 가스파워 사업부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CTO(최고기술책임자)/사진=최민경 기자

"한국은 2036년까지 수소발전 비중을 7%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수소 도입에 적극적입니다. 에너지 자원이 제한적인 한국 특성상 수소는 화석연료발전에서 청정에너지발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해결책입니다. GE(제너럴일렉트릭)베르노바가 SK E&S와 한국 수소사업 분야에서 협력한 이유입니다."

오트만 베나마르 GE베르노바 가스파워 사업부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지난 3일(현지시간) UAE(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GE베르노바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의 수소산업 전망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GE의 에너지 사업부가 분사돼 설립될 GE베르노바는 전세계 120기 이상의 가스터빈에서 수소 혼소 발전 운영 실적이 있다. 운전 시간으로 치면 약 850만 시간 이상의 경험을 보유한 글로벌 수소발전 선두 기업이다. 최대 50%까지 수소 혼소가 가능한 대형 가스터빈을 개발했다. 2030년까지 100% 수소 전소 발전 터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GE베르노바가 수소 혼소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는 이미 가동 중이거나 설치 예정인 가스발전소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베나마르 CTO는 "기존 가스발전소의 정비 기간에 맞춰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면 쉽게 수소 혼소 발전으로 전환할 수 있고 신규 발전소들은 설계 단계부터 수소 혼소 발전이 도입될 수 있도록 고려한다"며 "수소발전은 가스발전의 탈탄소화를 위한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GE베르노바가 SK E&S와 함께 한국 수소 산업에 협력하는 이유 중 하나도 가스발전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가스발전이 전체 발전원 중 27.5%를 차지하는데 이 중 상당수가 수소 혼소 발전으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


GE베르노바는 이미 한국에서 수소 혼소 발전 경험도 갖고 있다. 베나마르 CTO는 "한국은 석유화학플랜트에서 70~95% 수소 혼소 발전으로 운전하고 있고 석탄가스화복합발전소(IGCC)에서도 20%이상의 수소 연소 터빈이 가동 중"이라며 "내년 준공 예정인 신세종빛드림 열병합발전소가 도입하는 400MW(메가와트) 규모의 최신 대용량 가스터빈도 30% 이상의 수소 혼소가 가능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1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GE베르노바는 지난 4월부터 SK E&S와 손잡고 한국 수소산업에 협력하고 있다. SK E&S는 2026년 이후 '보령 블루수소 플랜트'에서 청정수소 연 25만톤을 생산하고 이중 20만톤을 수소발전용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GE베르노바는 혼소율이 약 50%에 달하는 수소 혼소·전소터빈 기술을 국내 발전소에 적용한다.

GE베르노바는 지난 2일 UAE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 한국의 저탄소 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목표로 하는 '로드 투 CFE'(Road to Carbon Free Energy) 협약을 체결했다. GE베르노바는 수소발전 핵심설비를 공급하고 기술 자문을 제공한다. 이외 SK가 설립하는 수소발전 회사에 대한 지분 참여 검토 등 GE에너지 파이낸셜서비스(GE Energy Financial Service)의 금융 지원을 검토할 계획이다.

GE베르노바는 한국이 국제사회에 제안한 CFE(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베나마르 CTO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한국 정부의 이니셔티브 및 배출 감소 목표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베나마르 CTO는 수소를 포함한 CFE 확산을 위해선 "에너지 전환은 시장에 따라 다르고 협업이 핵심"이라며 "모든 경우를 충족하는 하나의 솔루션은 없다(No one-size-fits-all solution)는 것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산업 활성화를 위해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으로는 '수소 운송' 정책 지원을 꼽았다. 그는 "한국 대부분의 에너지 자원은 해상을 통해 수입되고 있어 기업들은 운송에 대한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한국이 LNG(액화천연가스) 운송에서 전문성을 키웠듯이 수소 운송 분야도 정책 지원을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