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초 '빛삭'했는데 퍼졌다…'혜화역 칼부림 예고' 중국인 무죄 이유는

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혜화역 살인 예고 글을 올린 30대 왕모 씨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08.07.

'서울 혜화역에서 칼부림하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중국인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수사 도중 드러난 불법체류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승호 판사는 20일 30대 중국인 남성 왕모씨의 협박 혐의에 무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왕씨는 올해 8월4일 중고물품 거래앱 '당근마켓' 게시판에 '내일 서울 혜화역에서 칼부림하겠다'는 취지로 글을 게시한 뒤 약 8초 만에 삭제했다. 이 글은 삭제 전 사진으로 캡처된 뒤 같은 날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에 확산됐고, 경찰은 이튿날 왕씨를 체포했다.

검찰은 당시 글을 읽은 혜화역 승객들이 위협을 받았다며 왕씨에 대해 협박 혐의를 적용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왕씨가 당근마켓에 게시한 글은 읽은 사람이 확인되지 않고, 에브리타임 등에 확산된 글은 읽은 사람이 존재하지만 게시자가 왕씨라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왕씨의 휴대전화에선 당근마켓 글이 캡처된 사진이 발견됐지만, 이 사진에 표시된 당근마켓 글의 조회수는 '0'이었다. 재판부는 "게시 8초 만에 삭제한 점에 비춰 협박의 고의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당근마켓 글이 아니라 에브리타임 글을 직접 보거나 캡처한 사진을 보고 공포심을 느꼈다고 진술했다"며 "에브리타임 글 게시에 왕씨가 어떻게 관여했는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왕씨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이 공포심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왕씨는 유학생 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한 뒤 당초 체류기한이던 2021년 3월을 넘긴 혐의로만 이날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왕씨는 집행유예 선고에 따라 이날 석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