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안 망한다? 그 마인드 버리고 주인의식 무장하라"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전남 나주 본사에서 열린 '2024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읽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전력

한국전력공사(한전)와 한국가스공사(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 CEO(최고경영자)가 갑진년 새해를 맞아 조직분위기 쇄신과 효율화를 강조했다. 천문학적인 누적적자와 방만한 경영, 도덕적 해이 등으로 논란의 한해를 겪어온 만큼 조직 분위기를 다잡아 재무개선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지금의 위기가 너무나도 큰 데 반해 그동안 우리는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변화와 혁신을 계속 미뤄왔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공기업의 틀을 벗어나 사업영역을 다각화한 KT와 포스코, 국영기업에서 벗어나 국민기업으로 탈바꿈해 최근 10년 동안 매출액을 7배나 성장시킨 이탈리아 Enel처럼 우리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 관행과 틀을 과감히 벗어나 위기극복과 미래준비 등 핵심기능 위주로 조직과 인력을 재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과와 역량 중심으로 인사제도와 보상체계를 혁신해 회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일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공기업이란 지위가 오히려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건 아닌지, '공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여기까지 내몰린 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면서도 "독점사업자라는 지위 때문에 역설적으로 모든 책임과 부담을 다 짊어지는 건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공기업 체제의 대안으로서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강조하며 직원들에게 "공기업 마인드를 버리고 주인의식으로 무장,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수행해내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4년 연속 미흡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국민의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가운데)가 2일 대구 본사에서 천연가스 공급 현황을 전검했다. /사진제공=가스공사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대구 본사 중앙통제실에서 천연가스 생산·공급 현황을 긴급점검하는 것으로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최 사장은 이어진 시무식에서 "지난해에는 비상경영체제 이행, 2030 비전 선포 등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며 "새해에는 이를 발판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천연가스 시장에서의 리더십 확보 △재무구조 개선 △성장 동력 창출 △안정적 인프라 운영 △인사제도 혁신 △즐거운 일터 등 6가지 목표를 제시하며 "미래 지향적인 조직 문화·인사 제도 혁신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임직원 모두가 최대의 성과를 창출하는 즐거운 일터를 만들어 나가자"고 밝혔다.

신년사나 시무식 대신 현장을 찾은 CEO도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CEO 인사이트'(CEO In Site, 현장에 답있고 현장 직원과 소통하며 문제해결을 위한 통찰과 조언을 나눈다는 의미)를 강조하며 지난 2일 현장을 찾았다. 원전수출 전초기지인 새울 본부와 인력양성 요람인 인재개발원을 직접 방문해 올해 경영 키워드인 '원전 수출'과 '인재양성'을 강조한 행보다.

황 사장은 현장 관계자들과의 자리에서 "올 한해 계획한 새울3호기 적기 준공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원자력 등 주력사업의 핵심역량 강화, 관리자 리더십 제고에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 두번째)이 한수원 인재개발원에서 2일 신입사원 특강 및 토스콘서트를 진행했다. /사진제공=한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