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불안해진 중동…美 주도로 '홍해 위협' 후티반군에 폭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미국 주도 다국적군이 글로벌 주요 교역로인 홍해에서 민간 상선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는 예멘 후티 반군을 겨냥해 군사작전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항해의 자유를 위협하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후티 반군이 강력 대응을 벼르는 가운데 중동 분쟁이 확대될 수 있단 우려가 커진다.

로이터 등 외신은 11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리를 인용해 미국과 영국이 예멘에서 후티 반군과 연계된 목표물을 향해 공습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후티 반군의 레이더 시설, 미사일 발사대, 무기 저장소 등을 표적으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이뤄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이번 표적 공습은 미국과 파트너들이 우리 군에 대한 공격이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교역로 중 한 곳에서 항해의 자유를 위협하는 적대적 행위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추가 공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후티 반군 측은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을 지칭), 영국의 침략 세력이 수도 사나, 사다, 다마르 등에서 여러 차례 공습을 벌였다"고 밝혔다. 사나와 항구도시 호데이다 등에선 대규모 폭발이 보고됐다.

/사진=구글지도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 이란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을 향해 군사행동에 나선 건 10월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분쟁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호주, 바레인, 캐나다, 네덜란드가 이번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동참했다고 했다.


이날 공격은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동 순방을 마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단행됐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순방에서 후티 반군을 향해 도발을 이어갈 경우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하며 최후통첩을 날린 바 있다.

당초 미국은 최대한 확전을 피하기 위해 후티 반군이 쏜 드론과 미사일을 격추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했으나 후티 반군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선 거점 파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수도를 비롯해 예멘 상당 부분을 통제하는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19일부터 이스라엘과 분쟁 중인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의 표시라며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겨냥해 공격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엔 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겨냥했으나 점점 무차별 공격으로 확대됐다.

무역에도 불똥이 튀었다. 세계 교역량의 15%가 오가는 핵심 교역로인 홍해 안전이 위협받으면서 주요 해운사들은 비용 증가와 물류 지연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경로를 택했다. 해상데이터제공업체 제네타의 피터 샌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다국적 함대의 대응은 상선을 겨냥한 미사일을 격추하는 게 전부였다"면서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업계 모든 사람들은 미사일 발사대를 겨냥한 과감한 군사행동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격으로 중동 확전 우려도 커진다. 블룸버그는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이 더 큰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겠다던 미국의 큰 도박"이라고 짚었다. 카타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은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이 역내 긴장을 더 고조시킬 수 있다며 미국을 만류했었다.

후티 반군은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후티 반군 지도자인 압둘 말리크 알 후티는 11일 TV 연설에서 "미국 공격에 맞설 것"이라면서 "어떤 미국의 공격도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이 참전할 경우 중동 분쟁은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 후티 반군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지구의 하마스, 시리아와 이라크의 무장세력을 포함해 '저항의 축'이라 불리는 중동의 이란 대리 세력으로 꼽힌다. 이란은 간밤 미국 유조선 세인트니콜라스호를 나포하면서 미국 국적 상선에 직접적으로 위력을 가했다.

다만 프랭크 매켄지 전 미국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10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이 감행되더라도 이란이 나서서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미군을 위협할 만한 행동을 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