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아버지' 설득 시간 단 하루…삼성, 평택 공장서 '승부수'

샘 올트먼 오픈 AI 전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뉴스1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 AI 최고경영자(CEO)가 26일 삼성전자 (79,200원 ▲900 +1.15%)의 평택캠퍼스를 방문한다. 이후 SK하이닉스 (193,400원 ▲8,100 +4.37%)와도 미팅을 가지지만 공장을 방문하진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트먼이 6시간에 불과했던 방한 시간을 10시간 넘게 늘리면서 평택 캠퍼스를 방문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경쟁사대비 월등한 캐파(CAPA, 생산능력)를 강조하기 위한 전략을 세웠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올트먼의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다. 올트먼은 엔비디아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자체 AI반도체 칩을 만들 것이라고 반복해 시사했다. 삼성전자 외에도 아랍에미리티트연합(UAE)의 AI기업 'G42', 일본 소프트뱅크 등도 논의 대상이라 전해진다. 특히 삼성전자의 직접적 경쟁자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 메모리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도 올트먼과 만난다.


삼성전자와는 오픈 AI가 설계한 AI반도체를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위탁생산하는 것과 AI반도체 필수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협력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에 삼성전자로선 경쟁사를 뛰어넘는 장점을 어필해야 한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우월한 메모리반도체 캐파를 드러낼 수 있는데다가 파운드리 라인까지 함께 갖춘 거대한 평택 캠퍼스를 보여주려는 의도다.

파운드리와 HBM 글로벌 점유율에 있어 삼성전자가 각각 TSMC와 SK하이닉스에 뒤진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TSMC의 점유율은 57.9%, 삼성전자는 12.4%로, 격차는 45.5%포인트다. 지난해 HBM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3%, 삼성전자가 38%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공장 총 6개로 꾸려진다. 축구장 500개 크기로 단일 캠퍼스 기준 최대 규모다. 현재 P3(3공장)까지 완성했고, P4를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가 클린룸을 우선 건설하고 향후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생산한다는 쉘 퍼스트 전략을 갖고 있는만큼 오픈 AI와의 협력 속도가 경쟁사보다 빠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앞서 올트먼이 미국 의회와 첨단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에 대해 논의하면서 AI용 고성능 반도체 대량 생산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이 보도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톱3 중에 가장 큰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HBM) 성능과 수율을 따라잡기만 한다면 훨씬 큰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 올트먼에게도 평택캠퍼스의 규모를 보여주며 월등한 캐파라는 장점을 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