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직속 '이태원 참사 지원위' 구성…특별법은 거부권 행사

한덕수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안 등 을 심의했다. 2024.1.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부가 2022년 10월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이태원 참사' 피해자 지원을 위한 국무총리 직속 위원회 구성에 착수했다.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피해지원위원회 구성과 추모시설 조성, 민·형사 재판 확정 전 피해보상 등 지원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중 정쟁과 위헌소지가 되는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과 활동에는 거부의사를 밝히지만 유족·피해자 지원에는 소홀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 다만 유족협의회 등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해야한다"며 특별법 공포를 요구해 온 만큼 정부의 지원책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한덕수 총리 "이태원 참사가 정쟁·위헌소지 정당화 수단 될 수 없어"…거부권 의결
정부는 3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 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지난 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의 근거로 △영장주의(강제처분 시 원칙적으로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근거해야한다는 개념) 등 헌법가치 훼손 및 국민 기본권 침해 우려 △특조위의 공정성 중립성 미확보 우려 △광범위한 특조위 업무·권한으로 인한 행정·사법부 역할 침해 우려 △불필요한 조사로 인한 국가 예산 낭비 및 재난관리시스템 운영차질 등 4가지 근거로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특조위가 조사대상과 참고인에 대해서도 영장없이 동행명령을 하고 불응 시 과태료 부과를 가능하게 한 점 △자료제출 거부 시 압수수색 영장청구 의뢰를 하도록 한 점 △야당 주도 특조위 구성이 가능하도록 한 점 △사법부 역할인 책임소재 규명과 행정부 역할인 재난과정 조사를 담당토록 한 점 △검·경 수사·국정조사 등을 거쳐 진상규명을 진행한 점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 중인 점 △2년 간 96억원 등 예산낭비 가능성 등을 지적했다.


한덕수 총리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검·경 수사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 조사를 위한 별도의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게 과연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별조사위가 운영돼야한다면 헌법질서에 부합하고 공정성과 중립성도 보장돼야 하지만 권한과 구성에서부터 이를 담보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진정으로 유가족과 피해자 그리고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재발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정부도 적극 수용할 것이지만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이나 위헌소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여야간에 특별법안의 문제가 되는 조문에 대해 다시 한번 충분히 논의해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총리 직속 피해지원위 설치 착수, 일방행보 지적엔 "상당히 불가피한 상황 양해를"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 관련사항 브리핑을 하기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이 의결됐다. 2024.1.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국무회의 직후 브리핑을 열고 특별법 거부배경과 피해자 지원대책 수립·추진 방침을 설명했다. 특조위 구성·활동에 대해선 문제제기를 하되 피해자 지원은 외면하지 않겠다는 정부 입장을 강조하는 셈이다.

방 실장은 "정부가 원인규명 만큼이나 힘을 쏟은 작업은 피해자 지원"이라며 "행정안전부가 '10·29 참사 피해자 지원단'을 설치, 치료비와 간병비 지원부터 2차 가해방지, 의료비 연장 지원과 같은 유가족 요청사항 840여건을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역 1번 출구에 현장 추모시설 조성을 지원하고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라는 명예도로명을 부여했다"며 "이동통신사와 협의해 희생자 휴대전화 보존하도록 하는 등 섬세한 노력을 했다"고 그동안 정부의 지원대책을 설명했다.

방기선 실장은 "(이태원 참사) 피해구제와 지원에 중점을 둔 다른 법안도 발의돼 있는 만큼 국회에서 다시 한번 논의를 해달라"며 "정부는 유가족과 협의해 '10·29 참사 피해지원 종합대책'을 범정부적으로 수립,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부터 국무총리 직속 피해지원위원회 설치에 본격 착수하는 한편 △피해자 생활안정 지원금·의료비·간병비 확대 △치유휴직 지원 △심리안정 프로그램 및 피해아동 지원 △이태원 상권 경제활성화 방안 등을 추진한다. 또 지방자치단체, 유족 등과 협의해 추모시설을 건립하고 관련 민·형사 재판 결과에 따라 확정 전 피해보상·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방 실장은 유족협의회 등이 특별법 공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원대책을 발표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번 의사결정(거부권 행사)은 상당히 불가피한 상황에서, 헌법적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는 측면에서 우려가 크기 때문에 내렸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및 거부권 반대 기자회견을 하던 중 국무회의에서 특별법 거부권이 의결되자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2024.1.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