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중처법 대응 기관 정해 지원한다는데…소상공인 '그게 뭐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전국 중소기업인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기업가형 소상공인인 A씨는 서울 종로구의 한 전통시장 끝 쪽에서 가업을 이어 작은 업체를 운영한다. 1층 가게에선 제품을 판다. 2, 3층엔 제품을 직접 제조하는 공장 시스템이 있다. 가게 종업원, 공장 직원 등 상시근로자가 5명을 훌쩍 넘는다. 지난달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중처법) 대상에 포함된다.

'중처법을 아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뉴스를 통해서 보긴 했는데 잘은 모른다"며 "우리 가게도 직원이 5명이 넘는데 5명을 넘으면 적용 받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 상인들 중에는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처법이 적용된 지 약 일주일 됐는데도 본인 사업장이 적용 대상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은 현실이 이렇다보니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는 중처법을 유예해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 및 건설업계 관련 17개 협단체의 중소기업인 3500여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집회를 열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들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당장 확대 적용하는 것은 사업주를 '예비 범법자'로 전락시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견기업도 준비가 어려운 중처법 대응을 중소기업이 당장 대처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호소다.

당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중기중앙회 62년 역사상 17개 단체가 한꺼번에 모여 어려움을 호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전국 각지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된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덕재 IT여성기업인협회장은 "83만 영세 중소기업은 여야가 정치가 어떻게 진행되는 것보다 오로지 사고 없이 경영할 수 있길 바랄 뿐"이라며 "국회는 실망스럽게도 산업안전보건청 등을 얘기하며 기업 입장에서는 공감하지 못할 말들로 남 탓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자 중기부는 10인 미만 소공인을 위한 전문기관을 선정해 중처법 대응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왕재 중기부 지역상권과장은 "소공인만을 지원하는 특화 사업 중 '클린 제조' 사업이 있다"며 "사업 물량 중 1000개 이상을 중대재해 우려가 있거나 위험 요소가 있는 경우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사업의 평균 (지원) 단가는 420만원 정도"라며 "이를 1000만원까지 상향해서 중대재해 대응에 필요한 소공인을 지원하려고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처법 적용 유예를 놓고 여야간 줄다리기를 했지만 끝내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따라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처법 적용이 유지되면서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