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이어 27조 방폐물 수주 시장 놓칠라…"이달 말 골든타임"

머니투데이

세종=조규희 기자

연간 27조원 규모의 방사성폐기물(방폐물) 관리 시스템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다.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운영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은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 시설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만큼 관련 시장도 선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원전 수주, 설비 개선 수주에 이어 방폐물 관리·처분 관련 수주도 국가 수출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건설→운영→처분'의 원전 전주기를 완성해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방폐물 처분 시스템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법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국내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최종 처분 시설까지 운영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입증해야 원전을 운영하는 전세계 국가가 방폐물 처분 시설 건립 등에 있어 한국을 눈여겨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의 제정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다.

12일 원전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전세계 방사성폐기물 관리 시스템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기준 200억4800만달러(약27조원)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은 관련 시장이 연간 3.4%의 성장률을 기록, 2028년에는 253억3900만달러 시장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지구상에 가동 중인 원전은 440여기에 달한다. 에너지 안보가 강화되는 추세서 각국 정부는 원전 추가 건설을 계획·추진 중이다. 지금도 원전 운영에 사용되는 중·저준위 방폐물을 비롯해 고준위 방폐물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는 의미다. 최소 40여년의 원전 설계수명을 고려했을 때 반세기 이상의 먹거리가 세계 곳곳에서 펼쳐져 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초창기 원전 도입 국가는 운영과 동시에 방폐물 관리·처분 기술 개발에 이어 관련 시설을 가동 중이다. 프랑스는 1969년부터 라망쉬 방사성폐기물 시설을 25년간 성공적으로 운영한 뒤 로브에 두번째 관리시설을 건설, 1992년부터 운영 중이다.

1956년 세계 최초로 상업용 원전을 가동한 영국은 1959년부터 세계 최초의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인 드릭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드릭 시설은 단순 처분방식으로 운영하다가 안전성을 보강해 콘크리트 구조물을 이용한 공학적 천층 처분방식으로 변경했다. 1978년 첫 상업 운전을 시작한 한국은 2015년에 경주 지역에 중·저준위 처분시설을 운영 중이다.

경쟁국과 중·저준위 방폐물 관리·처분 기술과 시설에서 비교적 같은 선상에 서 있지만 고준위 방폐물은 이야기가 다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최종 처분 시설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다 발빠르게 대처해 관련 기술 등은 한발짝 앞서있지만 실제로 입증해야 하는 관리·운영하는 능력은 출발점이 같다는 의미다. 이미 앞서나가는 국가도 있다. 핀란드는 2025년 최종 처분시설을 가동할 계획이며 스웨덴은 2026년 건설에 착공, 2033년 완공할 계획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 국내 고준위 방폐물이 쌓여가는 속도와 원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도 특별법이 필수적이나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현실을 고려해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특별법이 중간 저장시설부터 최종 처분시설의 건설과 운영을 법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R&D 로드맵에 따라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국내 자체 기술 확보에 성공한 사례도 많은데 관련 기술과 시설을 해외로 수출할 수 있으려면 상용화를 입증할 수 있는 시설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만큼 2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마지막 특별법 처리 기회다. 여야는 오는 1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법안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29일 열기로 합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