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수면제 먹는 건 알았지만"…'대리 처방' 17년 지인이 한 말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상습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의 17년 지기 지인이 법정에서 유아인의 부탁을 받고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았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5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의료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유아인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패션 브랜드 대표 박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박씨는 유아인과 17년간 친분을 쌓아온 사이로, 유아인 친누나 엄모씨의 명의로 수면제를 대리처방 받고 대마 흡연 공범으로 지목된 유튜버 양모씨의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박씨가 엄씨 명의로 총 12회 수면제 스틸녹스를 처방받은 사실을 언급했다. 박씨는 대리 처방받은 경위에 대해 "유아인이 누나가 스틸녹스를 복용하니 대신 처방해달라고 했다. (유아인 누나가) 시간이 안 돼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유아인이 스틸녹스를 복용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타인 명의로 처방받거나 투약 관련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몰랐다"며 유아인 부탁으로 대리 처방받았지만 누가 먹는지 몰랐다. 누나가 먹겠거니 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양씨에게 준 해외 도피 자금과 관련해서는 "최모씨의 부탁을 받고 양씨에게 돈을 송금했다. 금액이 그리 크지 않았고 원래 돈을 잘 빌려주는 편"이라며 "돈을 준 건 맞지만 도피 비용으로 사용될 줄 몰랐다"고 했다. 최씨는 유아인의 지인이자 미술작가로, 대마를 흡연하고 자신과 유아인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다른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키거나 진술을 번복하도록 회유·협박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유아인은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서울 일대 병원에서 미용시술용 수면마취를 내세워 프로포폴·미다졸람·케타민·레미마졸람 등 의료용 마약류 4종을 181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2021년 5월부터 2022년 8월까지 44차례에 걸쳐 타인 명의로 수면제 1100여정을 불법으로 처방받아 사들인 혐의도 있다. 지난해 1월 최씨 등 4명과 함께 미국에서 대마를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대마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적용됐다.

유아인 측은 지난달 2차 공판에서 마약류를 투약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대마를 권유하거나 증거인멸을 지시·부탁한 적은 없다며 일부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유아인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유명인으로 살아오면서 오래전부터 우울증·공황장애·수면장애를 앓았고, 여러 의료시술을 받으면서 수면마취제에 의존성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 달 16일 4차 공판을 열고 유튜버 김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은 유아인이 김씨에게 대마 흡연을 강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