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금리조정 기간은 길게…정기예금 만기는 짧은 게 유리

사진은 4일 서울시내 시중은행 ATM기의 모습./사진제공=뉴시스 /사진=정병혁

금리조정 주기가 6개월인 신용대출의 금리가 더 높은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신용대출을 받을 때 금리조정 주기를 1년으로 하는 것이 차주 입장에서 더 유리하다.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으로 3개월 만기 정기예금이 1년 만기보다 높은 상품도 나타났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은행채의 6개월물의 금리는 3.707%로 1년물보다 0.6bp(1bp=0.01%포인트) 높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만기 기간이 더 짧은 6개월물의 금리가 1년물보다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보통 채권은 만기가 길면 금리가 높아진다. 장기간 돈이 묶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단기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만기가 짧은 채권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은행채 3개월물의 금리는 3.715%로 1년물보다 1.4bp 높다.

채권금리 역전은 대출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은행채 6개월물과 1년물을 기준금리로 삼는 신용대출 금리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KB국민은행의 '직장인든든 신용대출' 금리는 6개월 단위로 금리를 조정하는 조건(4.93~5.83%)이 1년간 금리를 유지하는 것(4.84~5.74%)보다 금리가 더 높다. 각각 은행채 6개월물과 1년물의 금리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중 은행채 1년물을 기준(4.35~6.05%)으로 하는 것이 6개월물 기준보다 금리 상단이 13bp 낮다. 금리 조정주기는 고객이 대출받을 때 선택할 수 있다.


예금 금리도 시장 분위기가 반영돼 3개월 만기 정기예금이 1년 만기보다 높은 경우가 생겼다. 우리은행의 'WON플러스 예금'의 3개월 만기 금리는 3.60%로 1년 만기 금리보다 5bp 높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3개월 만기 정기예금과 1년 만기 상품의 금리가 같다.

최근 단기 자금시장의 불안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 영향이 크다. 건설사는 주로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찍어내 자금을 조달하는데, ABCP의 만기가 3개월로 짧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ABCP를 비롯한 단기자금 시장에 투자 수요가 줄면서 전반적인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다.

특히 4월 총선 이후 본격적인 부실 PF 정리가 시작되면 단기자금 시장이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분기부터는 캐피탈사와 증권사의 CP(기업어음) 만기도 집중돼 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총선 이후 부동산 PF 정리가 시작되면 2~3분기 중 일부 금융기관들의 스트레스 발생으로 자금 압박이 커질 수 있다"며 "채권시장 입장에서 부동산 PF 부실 정리 과정상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