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늦어져서 암세포 재발"…환자들 집단소송 나서나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환자 피해 사례/그래픽=조수아

항암치료가 지연되는 등 환자들이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일부 환자단체는 의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 환자단체들은 환자들의 불안과 피해를 가중하는 의사들과 정부의 갈등 장기화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의사들의 빠른 의료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26일 머니투데이에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며 "피해에 대해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환자들이 소송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소송할 경우 환자단체 차원에서도 이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소송마저도 안 한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들(환자를 내팽개치고 의료현장을 이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을까 싶다"며 "전공의 등 의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들에 대해 도덕적 책임뿐 아니라 무언가 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번호 129)를 통해 전날까지 총 1801건의 상담 사례를 접수했다. 이 중 213건에 대해 법률상담을 지원했지만, 현재까지 실제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없다.

한 백혈병 환자는 공고 항암치료가 2주 정도 연기되는 사이 암세포가 재발하기도 했다. 이 환자는 "다시 암세포를 없애는 관해 유도 항암치료를 두 달 받아야 한다"며 "제때 공고 항암치료를 받았다면 재발까지는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상황이 너무 원망스럽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난다는 소식에 암 등 중증 환자와 보호자들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3주 간격으로 폐암 환자인 아버지의 면역항암제(키트루다) 주사 치료를 이어간다는 이모(39) 씨는 "폐암은 워낙 빨리 퍼져 치료도 '속도전'이란 얘길 많이 한다"며 "언제든지 상태가 악화할 수 있는데 그때 치료받을 의사가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밤에 잠도 오지 않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병원에 남은 간호사·의료기사·행정직 등 구성원들도 예상치 못한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의료수익이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 감소하면서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해 수많은 병원이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무급휴가·무급휴직 사용을 강제하거나 연차휴가 사용 종용, 타 부서로의 일방적인 전환, 근무복 지급 중단 등의 경비 절감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병원 휴업이나 운영 중단, 임금 체불 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공공병원·민간종합병원 등 수련병원들의 파행 운영 상태를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의료와 의료인력 운영체계가 붕괴할 것"이라며 정부·의료계·정치권에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