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방' 꽁초 수두룩…도봉구 화재 70대 남성 구속 기소

머니투데이

김미루 기자

지난해 성탄절 당일 발생한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사건 현장인 70대 남성의 방에서 발견된 담배꽁초들. /사진제공=서울북부지검

지난해 성탄절 당일 발생한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담뱃갑들. /사진제공=서울북부지검

지난해 성탄절 당일 서울 도봉구 아파트 실내에서 담배꽁초를 버려 화재를 낸 혐의로 7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부장검사 김재혁)는 중실화·중과실치사상 혐의로 A씨(78)를 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25일 생활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쌓여있는 '컴퓨터 방'에서 담뱃불을 완전히 끄지 않아 불을 낸 혐의를 받는다.

A씨가 낸 불이 확산하면서 당시 주민 2명이 사망하고 27명이 급성 호흡부전 등 상해를 겪었다. A씨 주거지와 같은 동 아파트 전체로 불길이 퍼져 약 10억원 상당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구속 상태로 A씨가 송치된 이후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조사에 나섰다. 수사팀은 △화재 현장 확인 △아파트 관리직원, 소방 화재 조사 담당자 등 참고인 조사 △인적 피해 가구 전수 조사 △대검 화재 분석 및 재연 실험 등 보완 수사를 거쳤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신문지, 쓰레기봉투를 버리지 않고 집안 곳곳 방치한 방에서 약 7시간 동안 바둑 영상을 시청하며 담배를 피우다 불씨가 남아있는 꽁초를 버린 채 방을 나갔다.

A씨는 거실에 연기가 차기 시작하자 현관문과 방문을 열었고 이 때문에 다량의 공기가 유입돼 화재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화재가 동 전체로 확산하는 상황에도 A씨가 아무런 조치 없이 거실 창문을 통해 탈출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과 서울북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유족과 피해자 등 35명에게 치료비·생계비를 긴급 지원했고 트라우마 극복 등 심리 치료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25일 오전 4시57분쯤 A씨의 거주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4층에 살던 30대 남성이 생후 7개월 딸을 품에 안고 뛰어내렸다가 변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