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매체가 본 총선…"혐오 대 혐오, 청년 문제 논의는 실종"

한국외국어대학교 2024년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린 지난 2월16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에서 한 학생이 취업 관련 홍보물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일본 아사히신문이 오는 10일 치러지는 한국 국회의원 선거를 두고 "혐오 대 혐오라고 불릴 정도"라며 상호 비방 속에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은 실종됐다는 진단을 내렸다.

신문은 9일 게재한 기사에서 입시, 취업 경쟁에 지친 한국 청년들이 총선에 냉담한 시선을 보낸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아사히는 서울에 위치한다는 뜻의 '인서울' 대학이 아니면 한국에서 대기업 취업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부산 소재 대학을 나온 한 여성의 사례를 조명했다. 그는 서울 근교 출신으로 서울 소재 기업 입사를 목표로 잡았다가 구직활동을 접었다고 한다. 이 여성은 인터넷 취업준비 게시판에서 "처음부터 대기업은 포기하는 게 정신적으로 좋다"는 조언을 받고 낙담에 빠졌다. 특별히 내세울 경력이 없다는 생각이 든 그는 일단 해외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아사히는 스펙을 쌓기 위해 2년 정도 휴학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OECD 최고 대학진학률…대기업 취업 경쟁 가혹해"이어 2022년 기준 대학 등 고등교육을 수료한 25~34세 청년층 비율이 70%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대학진학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조명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의 고학력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대기업이라는 좁은 문을 빠져나가 안정된 생활을 얻기 위한 경쟁은 점점 가혹해지고 있다"고 했다.

아사히는 지난해 12월 한국 교육부 통계를 인용해 대학을 갓 나온 졸업자들의 취업률이 69.6%로 일본에 비해 턱없이 낮다고 지적했다. 같은해 4월 기준 일본 취업률은 97.3%였다고 한다.

지난달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 취업 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각사 부스와 복도에 가득 몰렸다./AFPBBNews=뉴스1

특히 아사히는 "원하는 직장을 찾을 수 없는 청년이 많은 와중에 중소기업이 인력 부족으로 고통 받는 '미스 매치'가 일어나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도 늘어나고 있지만 '왜 중소기업이냐'는 가족 등 주변 압박이 젊은 세대를 괴롭힌다"고 했다.


아사히 인터뷰에 응했던 여성은 "정치인들도 청년 취업난에 대해 해결책이 없을 것"이라며 "선거 관련해서는 국민들은 별 상관 없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의힘 대 더불어민주당 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선거정국에 대해 아사히는 "혐오 대 혐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방이 난무한다"며 "청년 취업난을 어떻게 해결할지 같은 건설적인 토론은 거의 실종됐다"고 했다.

신문은 "한국 청년들이 정치인들은 청년들의 좌절감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20~30대 청년들은 대개 무당층이며,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여론조사업체들은 청년층이 선거를 판가름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