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을 통해 다시 드러난 나얼의 음악 세계

/사진=롱플레이 뮤직

나얼은 현재 그룹보다는 솔로 가수 나얼과 화가 유나얼로 더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모든 솔로 가수는 자신의 음악 세계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만, 나얼의 음악 세계는 유독 또렷하고 특이하다. 극단적으로 압축하자면 흑인 음악 그 자체로 표현할 수 있는 나얼의 음악 세계는 새 싱글 '1993'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나얼은 4일 새 싱글 '1993'을 발매했다. 지난해 말 성시경과 함께한 '잠시라도 우리' 이후 8개월 만의 신곡이자 단독 음원으로는 지난해 8월 발매한 'Word' 이후 10개월 만의 신곡이다.



'1993'은 1990년대 무드가 물씬 풍기는 곡으로 소울, 팝, 재즈가 어우러진 도회적인 곡이다. 부드럽고 낭만적인 콰이엇 스톰과 슬로우 잼의 연장선에 스무스한 재즈의 DNA를 특유의 그루브로 완성했다. 레트로 어반 EP 사운드와 신스 베이스, 80~90 년대를 상징하는 드럼머신 오리지널 롤랜드 TR-808의 카우벨 리듬 파트와 신스 리드 솔로가 나얼의 소울풀한 보컬과 어우러지며 90년대 흑인음악의 클리셰를 재현했다.


신곡의 길이는 4분 42초지만, 나얼의 목소리는 그리 비중이 높지 않다. 대신 다양한 사운드가 빈공간을 채운다. 30여년 전의 R&B를 들고 온 나얼은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 백그라운드 보컬, 올 프로그래밍, 롤랜드 TR-808, 신스 베이스, 일렉트릭 피아노 등 사실상 대부분의 크레디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목소리를 줄인 대신 자신의 음악적 성향과 취향을 곳곳에 배치한 나얼은 그렇게 자신의 음악 세계를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사진=롱플레이 뮤직

이번 싱글 '1993'은 나얼의 단독 프로젝트 'Soul Pop City'의 일환이다. 2022년 동명의 싱글로 시작한 이번 프로젝트는 'Word'를 거쳐 이번 '1993'까지 총 세 장의 싱글을 발매했다. 'Soul Pop City' 프로젝트를 통해 뚜렷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은 나얼은 1970~90년대 소울, R&B 장르에 깊은 애정을 가졌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 'Soul Pop City'는 다소 매니악하게 들릴 수 있다. 레트로가 트렌드로 떠오르며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만, 나얼은 계속 그곳에 머물며 그 시대의 음악을 꾸준하게 디깅(파왔기)했기 때문이다.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 혹은 새롭게 알게 된 사람과 오랬동안 자리를 지키며 관심을 가졌던 사람의 깊이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진=롱플레이 뮤직

나얼의 취향이 가득 담긴 음악을 선보인다는 점에서는 나얼이 진행 중인 유튜브 '나얼의 음악세계'(나음세)와도 궤를 같이한다. '나음세'가 과거의 음악을 끄집어내 구독자들에게 소개한다면 'Soul Pop City' 프로젝트는 이를 바탕으로 나얼이 새롭게 노래를 만든다는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평소 미디어 노출을 꺼리는 나얼이지만, '나음세'와 'Soul Pop City' 프로젝트처럼 대중과 접점을 가지려고 하는 부분에는 그 시대의 음악이 담겨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만큼 그 시대의 음악을 사랑한다는 뜻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알리고자 한다는 것이다.


나얼을 '김나박이' 중 한 명으로 알고 있던 사람에게 나얼의 이런 모습은 낯설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알아보지 못했을 뿐 나얼은 과거부터 꾸준하게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이를 사람들과 공유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 세계는 정규 앨범을 통해 더더욱 짙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나얼 역시 "정규 3집에 대한 구상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곡들이 나오는 대로 꾸준히 작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알게 될 나얼의 음악세계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