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대 횡령', 트래펑 백광산업 전 대표…2심서 집행유예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하수관을 뚫는 '트래펑' 제조사로 이름을 알린 김성훈 백광산업 전 대표(가운데)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00억 원대 횡령과 외부감사법·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7.20/사진=뉴스1

200억 원대 회삿돈을 횡령하고 회사 자금을 자신과 가족의 호화생활에 사용한 혐의 등 받는 '트래펑' 백광산업 김성훈 전 대표가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창형)는 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대표에 대해 1심과 달리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표 지위를 이용해 회사의 자금을 자신 가족을 위해 사용하고 허위로 재무제표 작성해 공시 등을 했다"며 "발각을 염려한 임원들이 여러 차례 만류했어도 피고인이 멈추지 않고 계속 범행한 점을 고려하면 엄벌이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회사 입사 전부터 부친의 횡령·배임이 어느 정도 이뤄져 피고인 또한 특별한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한 채 범행으로 나아간 여지도 있다"며 "업무상 배임·횡령 범죄로 인한 피해 금액이 모두 변제됐고 다른 피해 회사에 대한 피해도 전부 회복됐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경영 일체에 관여 하지 않는 점과 인적 구성 변화, 준법 경영인 제도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11개월가량 구속된 점과 범행 후 정황 등 모든 양형 요소 고려하면 원심이 다소 무겁다"고 봤다.


김 전 대표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29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회사 자금 169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개인 신용카드 대금, 증여세 등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의 여행 항공권이나 숙박비 등 경비 약 20억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골프·콘도 회원권 구매, 배우자 개인 운전기사 급여 등 호화생활을 위해 회삿돈 약 4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도 있다.

또 김 전 대표는 횡령 정황을 은폐하기 위해 자산 및 부채를 재무제표에 과소 계상해 허위 공시한 혐의도 있다. 백광산업 외부 감사인에게 허위 내용의 '채권·채무 잔액 조회서'를 회신하도록 지시해 회계감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다만 1심에서는 증거인멸의 고의는 있었지만 지시를 받은 사원이 이를 범죄가 아닌 통상적인 업무로 인식했다고 봐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백광산업은 배수관 세척제 '트래펑' 제조사로 알려졌다. 현재 김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