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삼성 사장 홀로 구치소 떠나…어두운 표정에 묵묵부답

머니투데이

의왕(경기도)=이정혁 기자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이 17일 오전 취재진의 질문을 피해 서울구치소를 빠져나가고 있다.(사진=이정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부회장이 17일 오전 5시36분 구속 수감이 결정된 가운데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홀로 구치소를 빠져나갔다.

박 사장은 이날 오전 6시52분 서울구치소 수용동에서 외정문까지 300여 미터 정도를 걸어 나온 다음 미리 준비된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에 탑승했다.

박 사장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문 앞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이 '이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느냐' 등의 질문을 건넸으나, 박 사장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전날 오후 7시50분부터 서울구치소 주차장에서 이 부회장과 박 사장을 기다린 삼성 미래전략실 등 삼성그룹 관계자 10여명은 말을 아끼며 충격에 빠진 모습으로 자리를 떠났다.

구치소에서 대기하던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 부회장의 구속수감 소식을 듣자마자 태극기를 흔들며 '박영수 특별검사와 고영태를 즉각 구속하라', '특검은 해체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창업 79년 만에 총수가 처음으로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삼성은 서초사옥에서 그룹 수뇌부가 비상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삼성은 일단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당분간 계열사별 사장단 중심으로 경영활동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특검은 지난 14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뇌물 공여와 횡령, 국회 청문회 위증, 재산 국외 도피(추가), 범죄 수익 은닉(추가) 등 5가지 혐의를 적용하고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바 있다.

법원은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이 부회장은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에 대해서는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춰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