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스트레스, 음악으로 모두 날려버리죠"

갑근세밴드 보컬 이용섭 대상(주) 글로벌본부 대리/사진=대상(주)

"몇 년 전 밴드 공연을 하러 갔을 때 제가 노래할 마이크가 바로 전날 '제이슨 므라즈'가 썼던 마이크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영광스럽더라고요. 이런 경험을 어디 가서 또 할 수 있겠습니까"

국내 직장인밴드 효시라 할 수 있는 '갑근세밴드' 보컬로 활동하는 이용섭 대상 (21,700원 ▼50 -0.23%)㈜ 글로벌본부 대리(32·사진)는 이달 6일 서울 중구 신문로 대상문화재단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밴드활동의 즐거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 대리는 2014년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 전국 아마추어 및 직장인 밴드 경연대회에 갑근세밴드 보컬로 참가해 '서울지역 본선 2위'로 결선에 오르며 80여명이 넘는 회원 중에서도 실력파로 통한다. 삼성, AIA생명, 제주항공 등 기업 연말파티 무대에 선 경험도 수두룩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8년 간 성악을 배운 이 대리는 고등학교 교내밴드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20대 초반 중국 유학시절에는 영국,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베이징밴드연합'이라는 팀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는 "학창시절 교내밴드 선배가 노래하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며 "평소 노래를 좋아했던 만큼 밴드를 통해 나만의 경쟁력으로 끼를 발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용섭 대상(주) 글로벌본부 대리(앞줄 가운데)가 보컬을 맡고 있는 갑근세밴드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대상(주)

2011년 대상에 입사하자마자 그가 가장 먼저한 건 직장인밴드에 가입한 일이다. 월급쟁이가 됐다고 음악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국내 최고 직장인밴드'라는 인터넷검색 결과에 두말 않고 가입했다.

이 대리는 "큰 무대에 서보는 경험이 많다는 것이 갑근세밴드 활동을 하는 가장 큰 매력"이라며 "이런 경험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여 일상생활과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밴드 활동은 직장생활의 활력소가 될 뿐 아니라 자기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현재 이 대리는 대상에서 중국 현지의 M&A(인수합병), MOU(양해각서) 등 제품 수출 외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공연을 위해서는 체력, 컨디션 관리가 필수"라며 "이런 부분을 신경 쓰다보면 건강관리와 자기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게 되고 잦은 출장에도 쉽게 지치지 않는 몸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음악으로 맺은 인연은 사업적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는 "몇 년 전 만난 VIP닷컴 (중국내 5위 안에 드는 온라인 유통업체) 구매부장이 알고보니 서태지 팬클럽 회장으로 밴드 활동도 하는 분이었다"며 "중국에서 밴드활동을 했었고 국내에서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는 점에 공감대가 생겨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갑근세밴드 활동은 사내 임직원 단합에도 좋은 기회가 됐다. 갑근세밴드 공연에 본부 사람을 모두 초청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늘 사무실에서 업무적인 관계로 만나던 직장 선후배들을 편한 복장으로 만나 여가생활을 공유할 수 있었고 서로의 취미생활을 알아갈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은 '나와 사람, 회사, 세상'을 긍정적으로 연결해 주는 매개체"라며 "밴드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소원이 있다면 그동안 다른 기업 송년회, 연말파티 등에 초청돼 공연을 많이 해봤는데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회사에서도 공연을 꼭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갑근세밴드=1998년 결성돼 20년 가까이 국내를 대표하는 직장인 친목음악클럽이다. 근로소득세의 옛 표현인 '갑근세(갑종 근로소득세)'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일반 회사원은 물론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갑근세밴드라는 명칭으로 공연을 하지만 80여명이 넘는 회원들은 각자의 개성에 따라 팀을 꾸려 개별활동을 하기도 한다.

공연을 앞둔 '갑근세밴드' 멤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