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자본시장史 전문 박물관 만들 거예요"

김지은 한국거래소 학예사 /사진=한국거래소

"제 학예사(큐레이터) 경력 10년 중 한국거래소에서 일한 것만 7년이예요. 거래소 직원으로서도, 학예사로서도 우리나라 자본시장사를 관통하는 한국 최초의 '자본시장사 전문 박물관'을 완성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한국거래소 최초이자 유일의 학예사인 김지은(36) 학예사의 말이다. 지난 10일 거래소 서울 홍보관에서 만난 그는 올해로 7년째 우리나라 자본시장 핵심 기관 한국거래소의 역사와 거래소를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사 유물을 홀로 도맡아 발굴하고 정리해오고 있다.


학예사라는 직업의 업무 범위는 꽤 넓다. 단순 유물 전시 안내 외에도 유물을 발굴하고 관리하며 전시 기획까지 담당하는 역사 유물 전문가가 학예사가 할 일이다. 김 학예사는 거래소 내외부에 흩어져 있던 500여점 이상의 사료를 발굴하고 정리해 자체 개발한 거래소 유물 관리 시스템에 등록해 왔다. 더 나아가 서울과 부산 거래소 사무소 홍보관에 자체 사료관을 개관하는 일까지 이뤄냈다. 2012년 서울과 2014년 부산에 사료관을 만든 뒤로는 시대별 유물 분포를 고르게 하기위해 새로운 사료 발굴 작업을 해 나가고 있다.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좀 더 사료를 보강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자본시장사 전문 박물관'으로 등록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김 학예사는 이런 점 때문에 거래소로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육아로 일을 쉬다가 재기하려고 채용 공고를 찾고 있을 때 눈에 들어온 게 거래소 학예사 채용 공고였다"며 "자본시장사 사료 관리뿐 아니라 박물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에 끌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만들어진 전시관을 운영하는 것과 아예 새로운 전시 공간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며 "전체 전시 기획 흐름을 짜고 많은 용역업체들을 관리해 새 전시관을 꾸리는 작업은 학예사 경력에 자양분이 되는 큰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김 학예사에게는 거래소 사료와의 첫 만남이 인상깊다. 그는 "처음 거래소에 왔을 땐 전문 인력이 없어 사료 정리나 보존이 하나도 안 돼 있어 놀랐다"며 "항온·항습이 되는 수장고를 우선적으로 설치한 것이 가장 처음 한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국내 유가증권 시초인 조선시대 토지매매 문서나 일제강점기 미두취인소(쌀 선물거래소) 시절 관련 문서, 한국전쟁 직후 세워진 한국거래소 전신, 대한증권거래소의 유물 등이 온도·습도·채광 등에 취약한 오래된 지류·목재 사료가 많아 보존처리가 가장 시급했다는 설명이다.


이미 현재 거래소의 서울 홍보관은 694.21제곱미터(210평) 규모 전시공간에 150여점, 부산 홍보관은 727.27제곱미터(220평) 규모 공간에 470여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어 전문 박물관 등록요건을 갖춘 상태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시행령 제9조에 따르면 학예사 1명과 수장고를 갖춘 100제곱미터(약 30평) 이상 실내 공간에 100점 이상의 유물을 보유하면 전문 박물관으로 등록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거래소에서 문서고를 일제정비하면서 그동안 구하지 못했던 대한증권거래소 초기 서류들이 수천여점 발굴됐다"며 "올해부터는 이 자료들의 내용을 자세히 기록하고 분류해 거래소 유물 시스템으로 등록하는 작업에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