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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맨 야성으로 승부"…합병 성공스토리 쓰는 KB證

[머투초대석]윤경은 KB증권 사장 "현지 증권사 인수로 해외진출…글로벌IB 위해 기업신용공여 완화해야"

머니투데이 대담=송기용 증권부장, 정리=한은정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입력 : 2017.09.04 03:25|조회 : 7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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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은 KB증권 사장.
윤경은 KB증권 사장.
"증권사 합병이 '1+1=2'가 아니라 1.5 또는 1로 줄었던 선례가 많아 합병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독특한 기업문화를 지닌 증권사가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사와 함께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컸다. 하지만 은행이라는 든든한 우군이 생겨 오히려 기회의 땅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올해 초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으로 출범한 KB증권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4조2000억원대로 늘리며 단숨에 초대형 증권사 반열에 올라섰다.

KB증권의 합병 효과는 실적으로 직결됐다. KB증권은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120.5% 증가한 1088억원으로 깜짝 실적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2분기에 현대저축은행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손실을 반영하며 17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본업에서의 실적 호조세가 이어졌다.

합병 성공스토리를 쓰고 있는 윤경은 KB증권 사장(사진)을 3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나 출범 8개월의 소회와 청사진을 들어봤다.

-합병 원년임에도 KB증권의 전 사업부문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두 개의 회사가 합병되면 보통 초기 1년간은 산고를 겪지만 그런 과정이 없었다. 은행과 증권사는 위험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 조직을 관리하는 부분도 많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KB금융지주는 합병 전까지 소형사였던 KB투자증권에 대해서도 증권사의 특성을 살려 회사를 육성하려고 했다. 현대증권도 강한 조직문화를 지닌 곳이었지만 각 산업에 맞는 문화를 인정해야 한다는 KB금융지주의 의지가 직원들에게 안도감을 줬고 그런 점이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합병 이후 인력 유출이 많은 게 보통인데 오히려 우수인력들이 몰려오고 있다.

▶KB증권은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높고 개개인에게도 누구나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합병 후에도 기존 사장들을 그대로 기용하면서 전문 분야를 그대로 맡도록 한 것이 임직원에게 좋은 메시지를 줬을 것이다. 수 십 개 증권사들이 과당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KB국민은행이 지닌 엄청난 고객 인프라는 KB증권의 성장 가능성을 말해준다.

-KB국민은행과 실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부문이 있다면.

▶ KB국민은행은 기존 KB투자증권의 규모가 작아 타 증권사의 금융상품을 가져다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KB국민은행을 통해 타 증권사로 갔던 자금이 이제는 KB증권으로 오게 됐다. KB국민은행 입장에서도 기존에는 계열 증권사 규모와 인지도가 낮아 상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이제는 떳떳하게 우리 계열 증권사를 이용해 달라고 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전국에 1000개가 넘는 지점이 있고 KB증권도 100개가 넘는 점포가 있다. 은행과 증권사 점포 간 협업으로 넘어오는 자산이 향후 2~3년간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윤경은 KB증권 사장.
윤경은 KB증권 사장.
-올해 대형 증권사의 가장 큰 화두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출이다. KB증권도 초대형 IB가 되면 발행어음을 최대 8조원 이상 발행할 수 있다.

▶IB 진출은 새로운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니다.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해졌을 때 은행과 똑같은 위험 심사를 통해 대출업무를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초대형 IB가 모험자본을 공급해 중소기업들이 경영을 하는데 윤활유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안전만 담보해서 대출업무를 한다면 대기업은 돈이 남아돌고 중소기업은 자금난을 겪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중견·중소기업과 공동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KB증권만의 특별한 사업모델이다. KB국민은행 역시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KB증권과 KB국민은행의 IB부문을 결합해 만든 기업투자금융 특화 복합점포인 CIB(기업투자금융)센터를 확대해 자금조달부터 IPO(기업공개), M&A(인수합병) 등 기업의 생애주기 맞는 지원을 해나갈 것이다. 다만 모험자본에 대한 투자 손실을 모두 사고로 처리하면 증권사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에 대한 어느 정도의 용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주식매매 중개) 수익 악화로 부동산, 대체투자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KB증권의 새로운 먹거리는 무엇인가.

▶KB의 가장 큰 강점은 현대증권 시절 적극적으로 했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와 KB증권이 잘했던 DCM(채권자본시장) 부문이다. 보완해야 할 부분은 ECM(주식자본시장)이다. 과거 현대증권은 매각문제로, KB투자증권은 회사 규모가 작아서 IPO(기업공개)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 회사 규모도 커지고 신용도 좋아져 IPO 등 전통적인 IB업무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홍콩법인에 8000만달러(902억원)를 증자해 해외영업 강화에 나섰다.

▶글로벌 IB로 나아가기 위해 금융사의 해외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KB증권의 규모와 신용에 맞게 해외 투자, 딜소싱(매물발굴) 등 투자부문을 강화할 예정이다. 최근 KB증권 홍콩법인과 KB국민은행 홍콩지점의 사무공간을 통합(Co-location)했다. 증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은행과 자산(북)을 공유하고 협업을 통해 아시아권 CIB 거점으로 성장해나갈 계획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많다.

▶해외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전략 없이 해외진출 자체가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해외사무소 정도만 내는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했는데 반성해야 한다. 국내에서 투자하다 손실이 나는 것 보다 해외에서 손실을 내면 역적 취급을 받으니 흔적만 남기고 오는 게 과거 사례였다. 하지만 철저히 현지화하지 않으면 해외에서 성공하기 힘들다. 이를 위해 KB증권은 동남아시아 현지 증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자금이 많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결단이 필요한데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다.

-증권사들이 글로벌 IB로 거듭나는데 현실적으로 필요한 방안은.

▶기업 신용공여 한도에 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100% 범위 내에서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100% 범위에는 기존 리테일 고객의 주식 담보 대출까지 포함돼 실질적인 기업신용 공여에 제한을 주고 있다. 제도 취지를 감안하면 신용공여 한도를 세분화해 기업 신용공여와 개인신용공여 한도를 각각 자기자본의 100% 범위로 두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KB증권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글로벌 IB가 있다면.

▶KB증권의 롤모델은 강력한 은행 영업력을 토대로 IB에 강점이 있는 BoA(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다. BoA(은행)는 메릴린치(증권)를 인수한 후 자산관리(WM) 분야에서 증권 역량을 활용해 '하우스 뷰'를 정립하고 고객을 세분화해 부유층(Mass Affluent) 공략을 강화했다.

CIB분야에서는 은행의 역량이 부족한 글로벌 ECM 및 DCM 사업을 확대했다. BoA-메릴린치 그룹이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금융투자 환경 변화에도 누수없는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전통적인 금융상품만으로는 재산 증식에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어 KB의 한국형 유니버셜뱅킹은 또 다른 롤 모델로 기억될 것이다.

-KB증권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무엇인가.

▶증권업의 본질은 고객의 금융 니즈에 적시적이고 경쟁력 있는 투자대안을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에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는 더욱 확고하게 지키면서 새로운 고객 기반 발굴로 장기 성장 동력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안정적인 투자상품 생산공장(Product Factory)이라 할 수 있는 S&T(세일즈앤트레이딩)부문의 역량을 넓히고 WM, IB부문의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KB증권은 고객중심의 사업모델 재편, 시너지 극대화, 최적의 자본 활용을 통한 사업부문별 성장전략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금융투자회사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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