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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김할머니가 머리띠 두른 이유는

[출동! 사건팀]현대화사업 놓고 상인·농수산물公 힘겨운 '줄다리기'

출동! 사건팀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입력 : 2011.06.25 08:00|조회 : 9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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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공영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이 '대낮'에도 시끌벅적하다. 농수산물 경매로 새벽에 활기를 띠는 가락시장이 대낮에도 시끄러운 이유는 뭘까.

최근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남문 인근에는 전에 없던 파란색 파라솔들이 약 1달 전부터 촘촘히 들어서 있다. 파란색 파라솔은 가락시장 현대화 1단계 사업이 진행되며 옮겨 온 노점상이라는 표시다.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던 24일 오전. 김모 할머니(69)는 가락시장 남문 주차장 앞 파란색 파라솔 아래서 감자와 고구마를 팔고 있었다.

"25년을 한 자리에서 장사해왔는데 1달 전쯤 옮겨왔지. 단골도 꽤 많아 그런대로 먹고 살았어. 하지만 이제는 그 사람들이 내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고 찾아오겠어. 답답하지."

김 할머니는 가락시장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노점상을 해왔다. 벌써 30년째.
그 동안 돈을 많이 번 상인들은 가락시장내 도매상으로 들어가 합법적으로 장사하고 있다. 그러나 김 할머니에게는 그런 기회가 없었다. 그래도 매일같이 감자와 고구마 등을 성실히 팔아오며 4명의 자식 중 2명을 대학 보내고 키웠다.

"이제 와서 자식들 손 빌리며 어떻게 사나. 그 애들도 다 먹고 살아 야지. 현대화 공사 때문에 장사 그만하라고 해도 이 나이에 다른 할 일도 없어. 끝까지 여기서 장사할 거야."

김 할머니는 70세가 목전이지만, 자리를 옮겨온 뒤 노숙도 불사하고 있다. 송파지역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이 지난 5월22일부터 주최하는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 반대 24시간 농성에도 꾸준히 참여했다.

김 할머니처럼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1단계 공사 지역에서 장사를 하다 남문 인근 등으로 자리를 옮긴 노점상은 약 50명 정도다. 이들은 철야 농성 외에도 지난 16일 가락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 착공식에서는 1단계 사업장 인근에서 공사 반대 시위를 하기도 했다.
↑가락시장 노점상 상인들이 지난 16일 가락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에 반대해 시장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 제공
↑가락시장 노점상 상인들이 지난 16일 가락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에 반대해 시장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 제공

◇ 노점상 "우리도 가락시장의 일부이고 문화"

김할머니가 노숙도 불사하는 이유는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 계획에서 '노점상에 대한 대책'이 빠진 점 때문이다.

가락시장을 운영하는 서울 농수산물공사는 가락시장 본연의 업무인 도매기능을 극대화하고 소매는 농수산물 직판상인에게 맡긴다는 틀 아래 현대화 사업을 2018년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노점상들에 대한 계획은 따로 없다.

노점상들은 "강제 이전을 시킬 때는 언제이고 이제는 나가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동안 가락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점상이 기여해온 부분도 있는데 이런 점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가락시장 노점상의 역사는 1985년 개장과 함께 시작됐다. 구 용산시장의 상인들이 가락시장으로 강제 이주할 당시 일부가 노점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노점들이 시장 내부로 유입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노점상들은 26년의 세월동안 노점이 가락시장의 문화로 자리 잡았음을 강조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한 '노점상의 역사'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2013년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될 즈음 2단계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후 3단계 공사까지 마무리되면 더 많은 노점상들이 설 곳을 잃게 될 전망이다.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측에서 파악하고 있는 현재 노점상의 수는 283명이다.

◇ 농수산물공사 "노점상들의 요구 100% 들어주기 힘들다"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을 주관하는 서울시 농수산물공사는 노점상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내줄 계획이 없음을 확실히 했다.

임영규 농수산물공사 환경관리팀 팀장은 "자연스럽고 원만하게 노점의 수를 줄여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임 팀장에 따르면 공사도 노점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딱한 사정은 이해가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기 때문에 "노점상들을 일방적으로 인정해주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농수산물공사는 노점상들은 청소비를 제외하고 공사에 내는 세금이 없어 100% 입장을 들어 주기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가락시장 내 다른 상인들이 모두 세금을 내며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또 공사 측은 복잡한 상인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노점상들의 요구를 들어 줄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가락시장에는 이들 말고도 상인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도매상인과 직판상인들이 있다.

임 팀장은 "중·도매 상인들은 노점에 물건을 떼어주는 곳을 제외하면 노점을 대부분 꺼린다"며 "노점이 건물 입구에서 물류흐름 등을 방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판상인은 노점에 불만이 많은 편이다. 세금도 안 내고 좋은 자리를 차지해서 손님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 몇몇 직판상들은 "공사 측이 노점 단속을 더 세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노점상과 공사의 갈등 원만한 해결 가능할까

가락시장 현대화는 미룰 수 없는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26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시장의 시설이 낙후됐고, 도매와 소매가 혼재돼 비효율적인 물류비용이 발생, 농수산물 가격 안정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공사는 노점상들이 원한다면 청소 및 주차요원 등으로 직업을 전환시켜줄 수도 있다는 방침이다. 자연스러운 노점 감소를 위해 나이 많은 상인들이 떠난 빈자리를 돈을 주고 사는 행위도 집중 단속 중이다.

하지만 노점상들은 이런 공사의 방침에 대해 "노점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수십년 동안 장사만 해온 상인들이 하루아침에 공사 종업원으로 일하며 적응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현재 진행 중인 1단계 사업 지역 외에 2단계와 3단계 지역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이들도 아직은 실감하지 못하지만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3단계 사업 예정지에서 수박을 팔던 한 노점상은 "하루하루 장사를 하며 살아가지만 앞으로 갈 곳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갈등은 공사가 진행될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현재는 50여명의 노점상만 자리를 옮겼지만, 앞으로 280여명의 노점상 모두가 자리를 비워야 한다.

농수산물공사 측은 "물리력 등을 써서 노점상들을 몰아낼 생각도 권한도 없다"며 "소통과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해결점을 찾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노점상들의 24시간 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노련 관계자는 "시위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기약이 없다"며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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